세계를 정복한 나폴레옹
우리나라 최초의 관세청장 묄렌도르프.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습니다.
밀수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거죠.
1568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는 당시 스페인이 독점했던 향신료를 밀수하라고 지시, 나폴레옹은 1811년 병사들에게 주려고 영국 금화 '기니'의 밀수를 조장, 독일인 묄렌도르프는 1884년 우리나라 최초의 밀수 사건인 한글 성경 반입에 힘을 보탰거든요.
- 영화 '밀수'(2023)
"동작 그만, 세관입니다. 거기 증거물 버리지 마세요"
밀수는 엄연한 불법, 범죄 행위죠.
그런데, 관세를 작동시키는 원동력, 세법에 큰 구멍이 뚫려 있었습니다.
관세청이 지난해에만 행정소송에서 져 돌려준 세금이 899억 원, 최근 5년간으로 기간을 넓히면 패소로 환급해준 금액은 2천544억 원에 달하거든요.
특히 관세청은 거대 로펌을 등에 업은 다국적 기업엔 거의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관세청이 패소한 22건 가운데 절반이 여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로펌(김앤장, 화우, 율촌, 광장, 세종, 태평양)이 변호를 맡은 경우였죠.
지난해 다국적 기업, 한국허벌라이프가 대형 로펌과 손을 잡고 제기한 소송에선, 관세청이 져 그 해 총 환급세액의 40.8%에 달하는 367억 원을 환급해줬습니다. 패소로 인해 따로 들어간 비용도 34억 8천만 원이나 됐죠.
세금을 받아내긴커녕 국민 혈세로 패소 비용까지 내주다니요.
패소의 주 원인은 과세 방식이었습니다.
관세청 전산시스템은 동종 수입 물품의 통상적인 이윤을 기준으로 과세하는데, '이 전산시스템의 산정 방식에 오류가 있다'는 기업 측 주장을 법원이 인정한 겁니다.
관세청은 문제의 시스템을 수정했다지만, 소급 적용은 불가능해 소송에서의 효과는 최소 5년은 지나봐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럼 앞으로도 최소 5년은 로펌들이 같은 이유를 대면 줄줄이 지겠지요.
관세청은 과연 로펌에 맞설 생각이 있는 걸까요?
내 돈, 내 가족이 관여된 소송이라도 이렇게 했을까요.
패소해도 해당 직원은 아무런 불이익이 없으니 '일단 때리고 보자'는 식의 과세를 한다는 불신이 그래서 나오는 겁니다.
이렇게 혈세로 헛발질할 바에는 그 돈으로 로펌처럼 전문 인력에 맞기는 게 차라리 낫겠습니다.
그럼 관세청 월급도 안 들어가고 더 좋겠네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내 일이라면 이랬을까'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