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3월 부산에서 80대 남성이 운전하던 SUV 차량이 버스정류장을 덮쳤다. / 사진 제공 = 부산경찰청 |
지난 3월 전북 순창에서 1톤 화물차가 투표소로 돌진했습니다.
이 사고로 4명이 목숨을 잃고 16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총 2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지난해 3월에는 부산에서 SUV 차량이 버스정류장을 덮쳐 60대 남성이 사망하고 60대 여성이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두 사고 모두 70대 이상의 고령 운전자가 브레이크 대신 가속 페달을 실수로 밟아 일어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 지난 3월 8일 전북 순창군 구림농협 주차장에서 70대 운전자가 인파 수십 병을 트럭으로 들이받았다. / 사진 = 연합뉴스 |
만 65세 이상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지난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2022년 65세 이상 운전자가 낸 사고는 3만 4652건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5년 이후 최고 기록입니다.
교통사고를 통해 사망자를 가장 많이 낸 운전자의 연령대 역시 65세 이상이었습니다.
안전하게 운전을 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판단력과 빠른 순간 대응과 같은 능력이 필수적입니다.
노화가 진행될수록 뇌 영역이 감소하고 돌발 상황 대처 능력이 줄어들면서 운전을 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치들은 점점 떨어지는 겁니다.
지난해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의 경찰청 교통사고 자료와 4년 치 보험사 질병자료(2017~2020년)를 분석해 70세 이후부터를 '교통사고 위험군'으로 분류하기도 했습니다.
↑ 사진 = MBN 자료화면 |
노인 인구 비율의 증가도 고령운전 사고 급증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고령화가 빨라져 노인 수 자체가 늘며, 고령 운전자들의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입니다.
재작년 기준 402만여 명이었던 65세 이상 면허 소지자들은 작년 438만 명까지 늘었고, 경찰청 추산에 따르면 2030년 725만 명, 2040년에는 1316만 명에 달합니다.
갈수록 노령 운전자의 비중이 늘어가는 만큼 모두의 안전을 위해 고령자 운전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우리나라는 사고 예방 차원에서 고령 운전자들의 자발적인 면허 반납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지자체별로 65세에서 70세 이상 어르신이 운전면허증을 자진 반납하면 최대 30만 원까지 선불 충전 교통 카드나 상품권을 지급했는데요.
하지만, 반납률은 고작 2~3%를 맴돌고 있습니다.
고령자들 상당수는 운전을 생업으로 삼고 있고,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지역에 거주하는 고령자에게는 실효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고령층의 면허 '일괄 반납'이 교통사고와 그로 인한 피해자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도 나오는데요.
MBN은 대화형 인공지능(AI)서비스 챗GPT에 교통사고 해결 방안으로서 '고령층 면허 일괄 반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 번 물어봤습니다.
↑ 사진 =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 캡처 |
챗GPT는 '과격한 조치'라고 답했습니다. 교통사고의 원인은 다양하며, 일괄 반납이 완전한 해결 방안이 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 역시 "면허 반납 제도는 고령층의 생계 및 이동 문제와 직결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현실적 기준을 고려한 제도 마련이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2020년 기준 전국 택시기사 24만 9958명 중 70대 이상이 13.9%, 60대가 49.6%라고 발표했습니다. 전체 택시기사의 절반 정도가 60대고, 70대 이상까지 합치면 대략 10명 중 6명에 이르는 셈입니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은 "나이를 기준으로 면허 반납을 요구하기보다는 전반적인 인지 능력과 운전능력 검사를 받게 한 다음,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들만 반납 처리를 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습니다.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
실제 해외 고령 운전 규제 사례들을 살펴보면 '주행 능력'을 토대로 한정된 면허를 부여하는 경우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미국 일리노이주의 75세 이상 운전자는 도로주행시험을 의무적으로 받고, 평가에 따라 부적격 판정을 받으면 지역이나 운전 시간대가 제한된 한정 면허로 교체됩니다.
호주와 뉴질랜드 역시 75세 이상은 운전 실기평가를 의무화해 부적격한 고령자에 대해 장거리 운전을 제한하고 지역 내에서만 운전 가능하게 하는 수정 면허를 발급해 줍니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는 만큼, 고령자 운전 규제 문제는 더욱 우리 삶에 직면할 것으로 보입니다. 고령자의 권리와 모두의 안전을 함께 지킬 수 있는 방안 모색이 필요합니다.
[정다빈 디지털뉴스 기자 chung.dabin@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