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가능할까요?
하다못해 네 식구가 음식을 주문하려 해도 다 제각각이라 통일하기가 쉽지 않은데, 수백 수천 명이 한 가지 의견을 갖다니요.
그런데 공산권이나 독재 체제에선 이게 가능합니다. 반대 의견을 냈다가 숙청되는 이들이 속출하자 무조건 대표적인 의견을 따르게 됐거든요.
중국이나 북한에서는 이를 미국에 대한 대항 의지, 단결의 의미로 포장하지만 다른 국가들로부터 비아냥을 사기 딱 좋습니다.
'우리'와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은 무조건 타도 대상으로 삼은, 그래서 발전을 퇴보시킨 대표적인 예가 바로 1966년부터 10년간 중국을 휩쓴 문화혁명입니다.
1천3백만 명의 홍위병은 혁명과 계급투쟁의 적이라고 생각되면 본인들과 생각이 다른 이들은 닥치는 대로 색출해 박해하고 집단 처형해버렸죠.
요즘 여의도 우리 정치권에서 때아닌 홍위병 논쟁이 한창입니다.
지난주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 동의안 가결 이후 당 지도부가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을 색출하겠다고 나서면서부터요.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내지 않은 의원은 가결표를 던진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분위기 속에 개딸을 위시한 강성 지지층은 전체 의원에게 '부결표 찍었음을 밝히라'고, 이재명 대표까지 "당원들이 질책하고 고쳐 달라"고 하고 있죠.
문화혁명 때 다른 의견을 표출했다는 이유로 색출하고 박해한 것과 뭐가 다르죠.
특히 이들은 국회법에 따라 비밀투표를 한, 한 명 한 명이 독립된 입법기관이라 할 수 있는 국회의원들입니다.
배신자, 마녀사냥, 색출, 처단 같은 극단적 말이 난무한 건 비단 민주당만의 일은 아닙니다.
7년 전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에 찬성한 의원들을 두고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내에서도 엄청난 갈등과 내홍이 있었고 아직도 그 앙금은 남아있으니까요.
저렇게 맹목적인 충성은 자칫 국민의 오해를 살 수도 있습니다.
국민과 이재명 대표를 위해서가 아니라 본인의 내년 총선 공천권 때문에 이 대표의 옥중공천이라도 밀어붙이려는 것이라고요.
혁명무죄 조반유리.
'혁명은 죄가 없고 반란에는 다 이유가 있다'
마오쩌둥이 홍위병들에게 내걸었던 구호입니다. 이것이 허구에 찬 선동임을 깨달았을 때는 너무 늦어버린 뒤였죠.
국민이 바라는 건 민주당의 자성과 쇄신이지 반민주·전체주의 정당으로의 폭주가 아닙니다.
우리 민주당은 늦지 않길 바랍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국민들은 보고 있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