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11월 대통령 연임제한을 푸는 개헌안이 통과되자 분노한 이철승 의원이 단상에 뛰어올라 국회 부의장의 멱살을 잡으며 외친 말입니다.
당시 투표 결과 재적의원 203명 중 찬성 135명, 그러니까 3분의 2인 135.3명에서 불과 0.3명이 모자라 개헌안이 부결되자, 집권 자유당이 '0.3은 0.5 미만이니 버릴 수 있는 수'라고 우겨 부결을 뒤집고 가결을 선언해 버렸거든요.
어제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감표 과정에서 동의안에 찬성하는 '가'자 오른쪽 아래 희미한 점이 찍힌 투표용지를 두고
국민의힘은 가결표라고, 민주당은 점이 찍혔으니 무효표라고 맞선 일이 있었죠.
사실 수기 투표에서 이런 논란은 늘 있어 왔습니다.
지난 2월 이재명 체포동의안 표결 때도 무효표가 무려 11표나 나오는 등 마찬가지였고요.
어제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전 진행한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안이나 지난해 12월 이뤄진 노웅래 민주당 의원 체포동의안 투표에서는 의원이 터치스크린에 '가결', '부결', 또는 '기권'을 손가락으로 대는 전자투표 방식을 썼었는데
그래서 무효표는 아예 나오지도 않았는데, 그런데 왜 우리 국회는 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같이 민감한 내용은 굳이 수기 투표를 고집하는 걸까요.
IT강국이라는 이 대한민국 국회에서 말입니다.
아무리 무기명 투표라고 해도 전자투표는 들어간 의원들의 순서를 따져보면 혹 나중에라도 "난 네가 어디에 투표했나 알고 있다"는 이가 나타날까봐 그런 건 아닐까요.
내 자리에 있는 터치스크린으로 투표하면 더 확실히 증거가 남을 거고요.
그게 아니라면 저렇게 무효표를 양산하면서까지 굳이 수기 투표를 하는 이유는 뭘까 국민은 의아합니다.
호주엔 '당나귀 투표'라는 말이 있습니다.
투표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리자 유권자들이 가서 아무렇게나 찍어 무효표가 엄청나게 생겨 나온 말입니다.
국회의원은 한 명 한 명이 독립된 입법기관입니다. 그만큼 권리도 있지만 책임도 막강한 자리인 거죠.
그런 책임을 질 각오도 없이 내가 어디에 투표했나 누가 알면 어쩌나 소신도 없이 국민을 대표하는 자리에 앉으신 겁니까.
왜 굳이 당나귀가 되려고 하는 거죠.
"표를 던지는 사람은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한다. 표를 세는 사람이 모두 결정한다"
우리 이렇게는 만들지 말아야하지 않겠습니까.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수기 투표를 주장하는 이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