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3명에게 악성 민원 시달려"…알고도 '단순 추락사' 처리한 학교

【 앵커멘트 】
2년 전 경기 의정부의 한 초등학교에서 두 명의 교사가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학교에선 단순 추락사로 처리했습니다.
뒤늦게 조사에 착수한 경기도교육청이 이 중 한 명이 학부모 3명으로부터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며 당시 교장 등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어제(21일) 국회에선 정당한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교권 회복 4법'이 통과됐지만 이미 너무 많은 교사가 큰 고통을 받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윤길환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2021년 12월 의정부 호원초등학교 교사인 30살 이영승 씨가 자택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앞서 6개월 전에도 호원초 교사인 27살 김은지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학교 측은 두 교사가 단순 추락사했다며 교육청에 보고했고 추가 조사 없이 종결됐다가 서이초 교사 사건을 계기로 뒤늦게 주목받았습니다.

▶ 스탠딩 : 윤길환 / 기자
- "두 교사의 유족과 교원단체는 이들이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 힘들어했다며 극단적 선택 원인과 학교의 축소 보고 경위 등을 철저히 밝혀달라고 교육청에 요구했습니다."

조사에 착수한 경기도교육청은 숨진 교사 중 한 명인 이 씨가 3명의 학부모로부터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고 밝혔습니다.

수업시간 손을 다친 학생의 부모는 이 씨의 휴직과 입대, 복직 후까지 계속해서 연락했고 결국 이 씨는 사비를 들여 8개월 동안 400만 원을 치료비로 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장기 결석한 학생에 대해 출석 처리를 요구한 다른 학부모는 9개월 동안 이 씨와 394건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습니다.

이 학부모는 이 씨의 장례식장까지 찾아와 사망 여부를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기도교육청은 이 씨의 사망 이후, 악성 민원 사실을 확인하고도 단순 추락사로 처리한 당시 학교 교장과 교감 등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사망한 김 씨에 대해선 교육활동 침해 사안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이 씨와 관련된 학부모들에 대해서만 경찰에 수사 의뢰했습니다.

MBN뉴스 윤길환입니다.

영상취재 : 김현석 기자·김재민 VJ
영상편집 : 오광환
사진출처 : MBC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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