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대책지역도 아닌데 왜 소음측정?…재건축 앞두고 '잡음'

환경영향평가 업체, 잘못된 소음 단위 사용
조합원 "소음 재측정 하면 추가비용 부담"

↑ 해당 아파트 실측에 따른 항공기 소음영향도 / 사진=서울시 제공

재건축을 앞둔 서울 문정동의 한 아파트가 환경영향평가를 받는 과정에서 조합원들로부터 불필요한 용역을 추진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습니다.

특히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한 업체 측에서 올해부터 바뀐 항공기 소음 단위로 측정하지 않아 조합원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반발도 나오고 있습니다.

해당 아파트는 지난해 11월 환경영향평가를 시작해 올해 7월 결과를 서울시에 제출했습니다.

환경영향평가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조사하고, 예측해 환경오염을 사전에 차단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필수적으로 시행해야 합니다.

기상과 대기질, 온실가스, 수질 등 총 10개 항목으로 평가가 이뤄지는데, 업체 측은 소음·진동 평가에 대해 '해당 아파트가 소음대책지역이 아니라 방음시설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소음대책지역은 국토교통부장관이 '공항소음 방지 및 소음대책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정, 고시한 지역을 의미합니다.

소음영향도가 95 이상이면 제1종구역, 90 이상 95 미만은 제2종구역, 75 이상은 제3종구역으로 설정하는데, 해당 아파트는 소음영향도 65 미만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런데 이 업체는 항공기 소음 단위를 웨클(WECPNL)로 표기했는데, 올해부터는 단위가 엘디이엔(Lden)으로 변경돼 서울시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았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이 업체나 조합에 (소음) 실측을 요청하지 않았다"며 "다만 평가서에 변경된 단위를 사용하라는 지침은 내렸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조합 측은 소음·진동 평가를 다시 해 변경된 단위로 평가서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한 조합원은 "소음대책지역이 아닌데 소음측정 업체를 선정하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며 "소음대책지역이 되면 일반 창호가 아닌 특수 창호를 시공해야 하는데, 건축비 상승으로 조합원 분담금도 많아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조합원은 "환경영향평가에 3억 5천만 원이 사용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업체 측에서 잘못된 소음 단위를 사용한 탓에 적게는 1천800만 원, 많게는 8,300만 원의 재측정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게 됐다"며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이에 대해 해당 아파트 조합장은 "일부 조합원들이 언론 제보 등의 방법으로 논란을 키우고 있다"며 "소음대책지역이 아니지만, 소음단위가 변경됐기 때문에 추가 용역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장덕진 기자 jdj1324@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