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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벽 일부가 떨어져 나간 세운상가 건물/사진=연합뉴스 |
"삼풍백화점처럼 무너지지 말란 법이 어딨어요. 불안하죠."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에서 80㎏가 넘는 콘크리트 외벽 일부가 떨어지는 사고로 점주 1명이 중상을 입으면서 건물 안전에 대한 상인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제(19일) 세운상가 건물 5층 높이에서 83㎏ 무게의 콘크리트 외벽 일부가 추락하는 사고가 벌어졌습니다. 이 거대 잔해는 1층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60대 상인 A 씨 발등 위로 떨어졌습니다. A 씨는 발가락이 거의 절단될 정도로 크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A 씨 가게부터 건물 7층 모서리 부분 외벽이 떨어져 내린 것으로, 대낮에 벌어지리라고 생각도 하지 못했던 사고였습니다.
A 씨 가게 바로 옆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전 모(52) 씨는 "'쿵'하고 엄청나게 큰 소리가 나서 건너편 공사장에서 포클레인이라도 떨어진 줄 알았다"며 "땅이 꺼지는 줄 알았다"고 연합뉴스에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1968년에 완공된 건물이니 내일모레면 60년이다. 지금도 건물 여기저기 금이 가 있는데 '눈 가리고 아웅'도 아니고 페인트를 덧칠한 게 전부"라며 불안해했습니다.
다른 상인 최 모(64) 씨도 "잘못하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었던 것 아니냐"며 "조심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무서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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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운상가 외벽 붕괴 사고 현장/사진=연합뉴스 |
종로구청은 이번 사고의 원인을 건물 노후화에 따른 것으로 추정하면서도 "현장 점검 결과 추가 붕괴 위험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상인들은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안석탑(63) 세운상가 시장연합회 총회장은 "박원순 시장 때 (청계상가 등 다른 상가와 세운상가를 잇는) 공중보행교 공사 전에도 안전진단을 받았다"며 "당시 이상이 없다고 했는데도 위에서 뭐가 떨어지거나 한 사고가 종종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안 회장은 "지난해 8월에는 1층 바닥에 금이 가서 메우기도 했다. 추가 붕괴 위험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상인 최 씨도 "이전에도 벽돌 같은 게 조금씩 떨어지기도 했었다"며 "이번 사고는 예견된 인재"라고 했습니다.
상인들은 세운상가 아파트 측 대응이 안일하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국내 최초 주상복합건물인 세운상가는 1∼4층은 상가, 5∼8층은 아파트라 관리주체가 다릅니다.
이번 사고의 경우 7층에 있는 아파트 외벽 일부가 떨어져 나간 것으로, 상인들은 아파트 관리위원회에 보수 공사 등을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아파트 관리위원회 측은 이번 사고의 책임은 시와 구청 측에 있다는 입장입니다.
아파트 관리소장은 "55년 된 건물이니 보수공사를 전체적으로 해야 하는데 구청은 전통상가만 지원해주고 아파트는 상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단돈 1원도 주지 않았다"며 "지난해 8월에도 상인회 요구로 우리 돈 2천950만 원으로 보수 공사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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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8년 세운상가/사진=세운상가 시장연합회 |
세운상가는 1968년 완공돼 55년이 된 낡은 건물입니다. 2006년에는 상가 일대가 재정비촉진구역으로 지정돼 철거될 뻔했으나 2014년 재정비 계획이 백지화되면서 존치 결정이 났습니다.
서울시는 최근 다시 건물 철거를 전제로 한 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철거 방식과 절차, 시점 등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상인들은 사고 위험 등에 대한 불안을 토로하면서도 약 10년 만에 다시 나온 재개발 얘기에는 이견을 보였습니다.
전 씨는 "상권이 죽은 지도 10년이 넘었고 건물도 오래돼서 위태위태하다. 재개발을 해야 하지 않겠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또 다른 상인 송 모(55) 씨는 "재개발은 결국 자기들 돈 벌자고 하는 것 아니냐"며 "보상해준다고 하지만 제대로 이뤄질 것 같지 않다. 상인들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보였습니다.
상인 사이에서 의견이 갈리는
안 회장은 "상인들에게 세운상가는 삶의 터전"이라며 "시에서는 재개발하면 보상을 해준다는데 가장 중요한 건 터전을 마련해줘야 한다. 충분한 보상이 있다면 재개발은 문제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가은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imke399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