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자동차 사장 출신인 그는 44살에 케네디 대통령에게 발탁돼 무려 7년 이상, 냉전시대 미국의 국방과 안보 정책을 이끌었습니다.
베트남전으로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비대해진 국방 조직과 예산제도를 개혁, 군 내부의 인종차별 철폐 운동을 전개한 것도 유명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이 해병대 채 상병 순직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이종섭 국방장관의 탄핵을 추진하자 이 장관이 사표를 냈죠.
대통령은 탄핵 소추된 사람의 사직원을 접수하거나 해임할 수 없기에, 혹 민주당이 탄핵을 의결해 헌법재판소 선고까지 수개월 동안 국방장관 자리가 비게 될까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거 어디서 많이 본 듯하지요. 지난 2월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을 물어 탄핵 소추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요. 이때도 헌법재판소가 기각 결정을 내릴 때까지 무려 167일간 행안부 장관 자리는 공백이었습니다.
행안부와 국방부의 경중을 따질 순 없겠지만 만약 국방장관의 자리가 비면 우리 안보는 어떻게 될까요.
어제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이어졌고, 김정은과 푸틴은 무기 밀거래에 위성기술 제공, 합동군사훈련까지 논하고 있는 이 와중에 꼭 국방장관 자리까지 정쟁의 도구로 삼아야 하는 걸까요.
물론 채 상병 사망 사건 등을 보면 국방부와 장관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찜찜한 대목이 있습니다. 야당 입장에서 이를 따져 묻는 건 당연한 거고요.
하지만 하필 이 위중한 시기에 국방장관에게 또 탄핵 압박을 가하는 게 과연 합당할까요.
일을 못 하게 하는 게 아니라 잘하게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정치는 말로 하는 건데, 센 말을 반복하다 보면 곧 그 말에도 감흥을 잃게 됩니다. 그런데도 꼭 마지막 카드만, 가장 센 말부터 꺼내 드셔야겠습니까.
다른 방식으로도 책임을 물을 줄 아는, 그래서 정말 상대방이 긴장하고 국민도 심각성을 체감케 하는, 좀 더 지혜로운 말을 찾지 못하는 우리 정치권이 참 많이 아쉽습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안보마저 정쟁의 도구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