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 1심 유죄 받은 임옥상 작품 철거 두고 곳곳서 고심

↑ 임옥상 화백이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강제추행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민중미술가 임옥상 씨의 작품이 하나둘 철거되는 가운데 임 씨의 작품이 세워진 각종 기관, 단체에서 처분 여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오늘(3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임 씨의 작품을 둔 기관과 단체들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작가의 작품을 유지·보존하는 데 대해 부담을 느끼지만 비용 등의 문제로 철거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정해진 게 없다"며 한발 물러서면서 다른 기관의 조치를 기다리는 분위기입니다.

임 씨의 작품은 서울 시내 곳곳에 설치돼 있습니다. 중구 전태일다리 위에 세워진 전태일 동상과 중랑구 녹색병원에서는 건물 외벽을 장식한 설치미술작품인 '노동을 위하여'를 볼 수 있습니다. 강서구 가양동 겸재정선미술관에 있는 '신진경산수화', 서초동 대검찰청에는 있는 이준 열사 흉상, 여의도 민주당사에 전시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흉상도 모두 임 씨의 작품입니다.

녹색병원은 임 씨 작품 자체를 철거하지는 않았으나 지난달 31일 작품 앞에 붙어있던 작가의 이름과 작품명이 담긴 표지판은 제거했습니다. 추후 철거 여부는 결론 내리지 않았습니다.

녹색병원에 설치된 임 씨의 작품은 정문 엘리베이터 탑 외벽을 감싸는 형태입니다. 길이 24ｍ, 폭 3ｍ로 크기가 상당히 큰 데다 건물 외벽에 부착된 탓에 철거를 결정하더라도 대공사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걸린 그림을 떼어내는 것과 다릅니다. 또 철거에 드는 비용과 철거 이후에 다시 외벽을 보수할 때 드는 비용과 시간도 고민스러운 지점입니다.

녹색병원 관계자는 "철거에도 비용이 들어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사회적 의미를 생각해야 한다는 내부 의견이 있어 조율 중이나 지금 당장 어떻게 해야겠다는 계획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임 씨는 녹색병원 발전위원 중 한 명입니다.

강서구 가양동 겸재정선미술관은 강제 추행 재판과 관계없이 그렇지 않아도 교체를 고민하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미술관 관계자는 "'신진경산수화'는 임 씨와 다른 작가들이 협업한 작품이어서 개인 작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2009년 작이라 이미 많이 노후화돼 교체를 논의 중이었다"고 전했습니다.

겸재정선미술관이 있는 강서구청 관계자는 "논란을 떠나 작품이 오래돼 교체 논의 중이었다"며 "올해 안에 철거 계획은 없으나 내년에 작품 교체를 위한 예산을 올려뒀다"고 설명했습니다.

마포구 하늘공원의 설치미술 작품인 '하늘을 담는 그릇'은 지난달 공공미술위원회에서 철거가 결정돼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임 씨의 1심 선고 뒤 서울시는 지난달 29일부터 지하철5호선 광화문역을 시작으로 서소문청사 정원, 남산 위안부 추모공원 등에 있는 임 씨의 작품을 철거하고 있습니다.

전태일재단도 임씨의 작품을 철거하기 위한 논의에 들어갔습니다. 다음 달 4일 노동계를 비롯해 문화·여성·청년 등 각계 인사 참여하는 '전태일 동상 공론화위원회' 구성해 의견을 모을 예정입니다.

재단 관계자는 "내부에선 현재 작품을 철거하고 새로운 조형물을 설치하자는 게 중론"이라고 전했습니다.

대검찰청과 민주당사는 임 씨의 작품을 어떻게 처분할지 논의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김한나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hanna240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