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한 일이 엄청난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리 속담입니다.
지난 4월 미국 버지니아주의 한 쇼핑몰에서는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장난을 치고 반응을 관찰하던, 일명 몰래카메라 콘텐츠로 인기를 끌던 유튜버가 촬영 중 총을 맞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지요.
최근 흉악범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틈을 타 온라인에서 살인을 예고한 240명이 경찰에 검거됐습니다. 이 중 23명은 수위가 심각해 구속됐는데,
그런데 이들에 대한 처벌이나 이들로 인해 대거 출동한 공권력 낭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쉽지 않다는 걸 아십니까.
신림동에서 여성 20명을 죽이겠다는 글을 올리고 흉기까지 주문한 남성의 경우만 해도 재판부가 "협박죄 등 적용은 검토가 필요하다"며 검찰에 의견서를 요청했거든요.
협박죄가 성립하려면 상대방이 있어야 하는데,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불특정 다수'라고 하면 사실 나도 될 수 있고 너도 될 수 있으니,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게 아니라 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하지만, 현행법상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범죄 예고 행위에 대해선 처벌 규정이 아예 없고, 살인예비죄를 적용하려고 해도 구체적인 살인 계획 등이 입증돼야 합니다. 쉽게 말해 벌을 주기가 어려운 겁니다.
섬뜩한 살인을 예고하고 심지어 버젓이 흉기를 들고 거리를 활보해도 "장난이었다"고 하면 무죄로 풀려날 판이니, 이래서야 날로 기승을 부리는 '묻지 마 범죄'를 어떻게 막겠습니까.
독일은 2021년 온라인 살인 예고를 혐오범죄 범주에 넣어 엄벌하고 있고, 미국도 불특정 다수를 향한 허위 협박에 대해 5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하고 있으며
"글을 올리기 전에 생각하세요"라는 캠페인까지 벌여 무차별 협박이 얼마나 심각한 범죄인지 알리고 있습니다.
우리 국회는 뒤늦게 '공중협박죄' 입법을 추진 중이지만, 이건 또 언제 제정이 될까요.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는 말도 이젠 옛말이 됐습니다.
직접 던지지 않은 돌에도 개구리가 억울하게 죽을 수 있는 세상이 이미 왔거든요.
그런데 법은 아직도 수십년 전 그대로이니, 누구를 탓해야할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살인 예고'는 장난 아닌 범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