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 교실에 책걸상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칠판 하나만 덩그러니 놓인 게 대부분이었지만 콩나물시루처럼 학생들이 몰려들었죠.
이 같은 기적 아닌 기적이 가능했던 건 교사와 학부모, 학생 모두가 '배워야 잘 산다'는 굳은 믿음과 학교 교육, 그러니까 시쳇말로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3년간, 학교 교육을 중도하차한 일반고 학생이 무려 3만 8천 명에 달한다는 걸 아십니까. 부모 대신 돈을 벌기 위해서? 아파서? 아닙니다.
대부분이 그야말로 대학입시에 '올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어차피 좋은 대학에 가는 게 목표니, 학원에 다니면 될 걸, 굳이 학교까지 다닐 필요가 있냐 이거죠.
1학년 때 봐서, 대입에 필요한 내신 성적이 아니다 싶으면 바로 자퇴해 2학년 때 고졸 검정고시와 수능을 치르고, 만족스럽지 않으면 이듬해에 다시 도전하는 게 코스처럼 돼버린 겁니다.
숫자도 계속 늘고 있습니다. 전국 일반고 1학년생의 학업 중단율은 2021년 1.46%에서 올해 2.4%로, 2학년은 1.12%에서 2.05%로 증가 추세거든요.
고3 학급엔 보통 25명 안팎의 학생이 있는데 수업을 듣는 아이는 5명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입시에 유리한 딴 공부나 학원 숙제를, 또 다른 나머지는 잠을 자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럼, 교사는 그걸 가만히 보고만 있냐고요? 네 그렇습니다.
학생 상당수는 이미 중학교 때부터 학원이나 과외를 통해 선행학습을 했고, 또 자칫 꾸지람을 줬다가는 학생이나 학부모로부터 항의받거나 인권침해, 아동학대로 시달려야 하니 참는 게 도리라고 합니다.
학교에 가는 이유가 어쩌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 또 시간 낭비가 됐을까요.
원래 인성을 배우고, 사회를 배우고, 단체 생활을 배우고, 도리를 배우는 게 학교의 역할 아니었던가요.
미국의 교육학자 에버레트 라이머는 저서 '학교는 죽었다'에서 인간성을 상실한 현대사회의 학교를 비판하며 사망선고를 내렸죠. 우리 학교는 살아있는 거 맞습니까.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자퇴가 대입 '패스트 트랙'이라니…'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