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구로구 공사장 추락사고 현장 / 사진 = 서울 구로소방서 제공 |
"천사 같은 분이었어요. 묵묵히 계속 공사 일을 해왔는데..."
"고소작업대 운행 기사였지만, 당시 근로 상황 때문에 올라간 것 같아요."
공사장에서 추락해 사망한 고인의 빈소에는 적막이 흘렀지만, 혹여 억울한 사연이 있을까 방문한 취재진의 질문에 유족은 차분히 답변을 이어갔습니다. 이후 따로 밝히고 싶은 입장은 없다는 말에 취재진은 조용히 빈소를 나왔습니다.
지난 16일 오전 9시 20분쯤, 서울 구로구의 한 고등학교 급식실 증축공사 현장에서 노동자 2명이 추락해 숨졌습니다.
40대 최 모 씨와 60대 유 모 씨는 이른바 '스카이차'라고 불리는 고소작업대를 타고 건물 외벽에 마감재를 붙이는 작업을 하다가 5층 높이에 있던 작업대에서 18m 아래 바닥으로 떨어지고 맙니다. 고소작업대란 작업대에 근로자가 탑승해 높은 곳으로 올라가 작업을 하기 위한 기계를 말합니다.
이들은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세상을 떠났습니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이들이 사고 당시 안전로프 등 안전장치를 착용하지 않았고, 고소작업대 한쪽 면에는 안전난간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MBN 취재결과, 심지어 40대 최 씨는 마감재 작업을 하는 노동자가 아니라 고소작업대를 운행하는 기사였습니다.
어쩌다 운행기사가 작업대에 직접 올라타야 했을까.
경찰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사실상 관행에 가까워 보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보통 무선 리모컨으로 조종을 하고 작업을 하는데 5층 높이에 있는 작업자와 소통을 하려면 원활하지 않으니 올라탄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도 "규모가 작은 사업체에서 공사를 하다 보니 체계 없이 관행적으로 올라탔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마감재 작업 때문에 올라탄 것은 아닌 것 같아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마감재 작업을 하는 노동자가 아닌 운행기사가 고소작업대에 올라탄 것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지만, 안전모 착용 등 안전장치를 착용하지 않은 부분은 분명히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게 공통적인 의견이었습니다.
고용노동부 고시에 따르면 고소작업차에는 사람이나 물건이 추락하지 않도록 모든 측면에 안전난간이 설치돼야 하고, 작업할 때는 안전고리 등 안전장치를 체결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전혀 지켜지지 않은 겁니다.
사고 당시 고소 작업차가 심하게 흔들렸다는 현장 관계자들의 증언도 나온 상황입니다. 구로경찰서에서 취재진과 만난 유 씨 유족도 "작업 장비가 흔들렸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해당 사업장은 공사 금액 50억 원 미만이어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은 아닙니다. 경찰은 일단 노동자 2명의 시신을 부검해서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고, 업체 관계자들을 소환해 조사한 뒤 입건할 예정입니다.
업체 측은 현재까지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 서울 구로구 공사장 추락사고 현장 고소작업차 / 사진 = 연합뉴스 |
고소작업대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고소작업대를 사용하다 사망한 노동자 수는 올해 1분기에만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0% 늘어나는 등 증가 추세입니다.
지난해 1분기 5명이 사망했는데, 올해 1분기에는 9명이 목숨을 잃은 겁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소작업대를 사용하다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15개월 간 38명이 사망했습니다.
주로 안전대 미착용, 지지대 미설치 등으로 근로자가 떨어져 숨지거나, 근로자가 작업대에 올라가면서 천장과 작업대 사이에 끼어 사망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역시나 안전수칙 미비가 원인입니다.
또,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 6개월 간 50억 원 이상 건설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는 161건(172명 사망)으로, 이 중 44%인 71건(74명 사망)이 기계·장비에 의해 발생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이동식 크레인(15건), 굴착기(13건), 고소작업대(13건), 트럭(5건), 콘크리트펌프카(3건), 항타기(2건) 등 6개 종류에 의한 사고가 70% 이상입니다.
고소작업대 사고가 상당 수 차지하는 걸 볼 수 있는데, 이마저도 50억 원 이상 공사 현장을 대상으로 집계한 거라 구로구 급식실 증축공사장처럼 50억 원 미만 현장까지 포함하면 사고 건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누군가에겐 천사같았던 사람
‘취[재]중진담’에서는 MBN 사건팀 기자들이 방송으로 전하지 못했거나 전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들려 드립니다.
[ 김태형 기자 flash@mbn.co.kr ]
도움 이한나 수습기자 lee.hanna@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