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문턱 선 승객 살린 택시기사 "그래도 살아야죠"

극단적선택 시도한 승객 신고…이전에도 운행 포기한 채 설득

↑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사진=연합뉴스

"한 번 죽음을 생각한 사람은 또 그럴 수 있잖아요. 그게 걱정이죠. 누구나 때로는 사는 게 힘들어요. 그래도, 살아야죠. 모든 분이 자신의 생명을 소중하게 여겼으면 좋겠어요."

작은 온정으로 죽음의 문턱에 서 있던 소중한 생명을 살린 택시 기사의 사연이 알려졌습니다.

강원도 춘천에서 20여 년간 택시기사로 일하는 박 모(64)씨는 지난 8일 오전 1시쯤 "소양강 처녀상으로 가 달라"는 50대 승객 한 명을 태웠습니다.

박 씨는 스카이워크가 설치된 관광지를 어두운 새벽에 가는 승객에게 이상함을 느끼고 "이 시간에 왜 그곳으로 가느냐"고 물었습니다.

승객은 "바람 쐬러 간다"고 짧게 답한 뒤 택시에서 황급히 내렸습니다. 이후 승객은 비틀거리며 넘어졌고, 목적지 인근 계단에 몸을 기댔습니다.

'혹시나' 했던 마음에 박 씨는 승객과 10∼20ｍ 떨어진 곳에 정차한 뒤 그를 지켜봤습니다.

그러다 승객이 처녀상 난간으로 향하는 모습을 본 박 씨는 극단적 선택이 의심돼 곧장 112에 신고했습니다.

이어 경찰 공동 대응 요청으로 먼저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은 승객에게 다가가 설득하기 시작했고, 승객은 그제야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며 소방대원들을 따라 구급차로 발을 돌렸습니다.

박 씨가 죽음의 문턱에 선 이웃에게 따뜻한 관심을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박 씨는 이전에도 소양댐으로 가달라는 승객이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하자 운행을 접고 그와 술자리를 가졌고, 한참을 설득한 후 승객을 보냈습니다.

이렇게 따뜻한 마음으로 승객들을 위로했던 그는 승객들을 "구했다"는 생각보다도 그들이 또다시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될까 걱정이 앞선다고 털어놨습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승지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eungjilee@kaka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