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연산군 때 강원도 관찰사였던 이복선은 공금 횡령 등 갖은 악행으로 사형선고를 받는데, 하필 사형집행일이 명진재일, 하늘이 선악을 살피는 날인 금형일이라 집행이 미뤄집니다.
이후에도 금형일에 해당하는 24절기 추분, 연산군 생일, 중전의 생일, 좌의정 사망 등등 갖가지 이유로 사형집행은 무려 2년이나 미뤄지고, 그는 공포와 불안감에 시달리다 결국 옥사하게 되지요.
현재 우리나라는 엄연한 사형제 존치국가이지만 26년간 사형집행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형폐지국가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사형제가 유명무실하니 사실상 법정최고형이 무기징역인데, 그마저도 20년이 지나면 행정처분으로 가석방될 수 있다는 겁니다.
만약 '분당 흉기 난동 사건'의 피의자인 22세 최원종과 신림동 살인사건 피의자 33세 조선이 무기형을 받는다면, 복역 20년 후 가석방이 가능해 42세, 53세엔 나올 수 있다는 얘깁니다. 만약 유기형을 받는다면 형의 3분의 1만 채우면 나올 수 있고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는…. 흉악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 한동훈 법무부 장관 (지난 9일)
법무부가 오늘부터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기 위한 입법 예고에 들어갔습니다. 왜 이렇게 늦은 걸까요. 그간 우리 사법부는 뭘 한 걸까요.
판사들 사이에서까지 최악, 재판의 실패라는 평까지 재판 지연 문제, 누가 봐도 이해 안 되는 코드 인사 등등 사법부가 자기 편한 길로만 걷는 동안 정작 국민들은 사법부의 보호를 받긴커녕, 살인범이 다시 사회에 나와 활개를 칠까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법은 어디까지나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합니다. 자기들 기득권 지키는 데 쓰는 게 아니라요.
지난 2020년, 사표를 제출한 모 부장판사와 면담을 하며 김명수 대법원장은 "툭 까놓고 얘기하면 지금 뭐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는데 내가 사표를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말이야"라고 했었다죠.
국회에서 법관을 탄핵하려는데 자기가 사표를 받아버리면 자기가 욕을 먹을 것이라는 취지였습니다.
그럼, 한번 여쭙고 싶습니다.
법의 미비로 살인범이 다시 나와 국민에게 욕을 먹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혹 안 드셨습니까.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가석방된 흉악범이 내 옆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