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으로 25년을 살다가 돌연 자신이 국적이 없는 투명인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떨까요?
정식 주민등록증까지 받아 지냈는데, 그게 행정 착오로 발행된 거라면 더 황당할텐데요.
중국인 여성과 결혼해 낳은 두 자녀가 성인이 돼서 무국적자인 사실을 뒤늦게 알고 법에 호소했는데, 1심에선 이겼지만 2심에서 졌습니다.
결국 대법원의 판단만이 남았습니다.
정태웅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지난 1997년 당시 제주에서 터전을 잡은 한국인 남성 A 씨와 중국인 여성 B 씨는 혼인신고를 접수했지만 불발됐습니다.
신고에 필요한 B 씨의 호구부, 즉 중국의 가족관계증명서를 행정기관에서 분실한 게 이유였습니다.
▶ 인터뷰 : B 씨
- ""자기들 분실했다고, 찾을 수가 없다"고…. 사과도 없었어요. (이후) 신경이 너무 예민하고 잠도 제대로 못 자고…."
호구부가 사라지며 국적이 불분명해진 B 씨에게 두 명의 자녀까지 생기며 문제는 출생신고로까지 번집니다.
법적으로 혼인신고가 안 된 혼외자는 어머니 국가에서 출생 신고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당시 행정 착오로 자녀들은 신분증이 발행돼 사실상 국적인정을 받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자녀들이 성인이 돼서야 정식 국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부모는 국적보유판정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결국 이들은 소송을 제기했고, 1심은 행정기관의 책임을 물어 부부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하지만, 2심은 행정기관과 정부의 귀책 사유가 없다며 판단을 뒤집었습니다.
부부 측의 상고로 사건은 대법원 심리 중에 있습니다.
▶ 인터뷰 : B 씨
- "나라에서 잘못한 건데 왜 책임을 우리한테 떠넘겨요. 첫 단추부터 그 사람들이 잘못 끼워놓고…. 제발 우리를 좀 도와주세요."
MBN뉴스 정태웅입니다. [ bigbear@mbn.co.kr ]
영상취재 : 강두민 기자, 김민승 VJ
영상편집 : 오혜진
그래픽 : 김지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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