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장례식장 찾아가 “못 올 데 왔나” 유족과 실랑이도
경기도 의정부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 2명이 6개월 사이 잇따라 극단 선택을 한 가운데, 이 중 한 교사가 사망 직전까지 학부모들의 민원에 시달린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한 학부모는 장례식장까지 찾아와 유족들과 실랑이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오늘(14일) 경기도교육청과 MBC 등에 따르면 해당 초등학교 5학년4반 담임 교사였던 고(故) 이영승(당시 25세)씨는 2021년 12월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이씨는 교대를 졸업하고 해당 학교에 처음 발령받은 5년 차 초임 교사였습니다.
이씨는 사망 전 학부모 민원에 지속적으로 시달려왔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사망 직전 이씨의 휴대전화에는 장기결석 중인 학생 학부모 A씨의 부재중 전화 2통이 와있었고, 숨진 직후에도 문자메시지가 와있었습니다.
회신이 없자 A씨는 이씨가 숨진 다음 날 학교로 찾아왔습니다.
동료 교사는 “‘갑작스럽게 작고하셨다’고 말씀드려도 안 믿으셨다. 굉장히 난폭하셨다. 거짓말하지 말라고 하셨다”고 전했습니다.
A씨는 결국 이 교사의 죽음을 확인하겠다며 장례식장까지 찾아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상황이 담긴 녹취록에 따르면 유족 측이 자리를 안내하자 A씨는 “인사하러 온 거 아니다”라며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습니다.
악성 민원을 넣었던 학부모라는 걸 눈치 챈 유족이 “어머니, 남의 장례식장이 놀이터냐”며 화를 내자 A씨는 “저 아세요? 제가 못 올 데를 왔나 봐요. 그렇죠?”라고 답했습니다. A씨는 조문은 하지 않은 채 돌아갔습니다.
A씨는 당시 장례식장에 간 것이 맞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엔 “모.르.겠.습.니.다”라고 한 음절씩 끊어가며 큰 소리로 답하기도 했습니다.
이 교사는 이 외에도 목숨을 끊기 전날 ‘아이를 따돌린 학생들에게 공개 사과를 시켜달라’는 또 다른 학부모의 민원을 받기도 했습니다.
또 부임 첫해인 2016년 수업 도중 한 학생이 페트병을 자르다 손을 다친 사건과 관련해 3년이 넘는 시간동안 배상 요구에 시달렸습니다.
해당 학생의 부모는 학교안전공제회 보상금 2백만 원을 지급받았으나 교사에 계속 연락을 취했고, 학교 측은 휴직 후 군복무를 하던 이씨에게 직접 해결하라고 문제를 떠넘긴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씨는 결국 “아이들은 평범한데 제가 이 일이랑 안 맞는 것 같아요. 하루하루가 힘들었어요. 죄송해요”라는 메시지를 남긴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씨에게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했던 학부모 3명은 서로의 존재를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이씨가 힘들었던 것에 대해 다른 학부모의 탓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습니다.
한편 경기교사노조 등 5개 경기지역 교원단체는 연대 성명서에서 “사망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유사 사건에 대한 철저한 실태조사를 즉시 실시하라”며 “경기도교육청은 악성 민원 방지와 악성 민원인 업무방해 고발 등 구체적인 대책을 즉각 마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경기도교육청은 “다시는 이와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경기교육 가족분들의 보호자 역할을 하겠다”며 “더 이상 고통과 외로움을 혼자 감당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김누리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nu11iee9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