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할 때 쓰여야 할 법관 신분 보장이라는 방패막이가 '성매매 판사'라는 자극적인 이슈에 휩쓸려 흔들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최근 법조계에서 가장 화제가 된 소식은 지난달 22일 서울로 출장 온 판사가 한 호텔에서 조건만남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난 30대 여성에게 돈을 주고 성매매한 혐의로 적발된 사건입니다. 현직 판사가 '일과 중'에 성매매를 했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법원행정처는 징계를 청구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법관은 헌법상 신분이 보장돼 징계 처분만으로 해임할 수 없어 '솜방망이 처벌'이 예상되자 비판 여론은 들끓고 있습니다.
헌법 제106조 ①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하며, 징계처분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직·감봉 기타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
↑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국회의원이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2023.5.18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성매수 판사는 기껏해야 정직 1년밖에 안 되는 법관 징계법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왜 검사는 해임까지 가능한데 법관은 정직 1년이 최고수위입니까? 헌법상 법관의 신분보장은 소신과 양심을 지키라는 취지이지 성매매 판사 방탄하라고 만들어둔 것이 아닐 겁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신분 보장 흔드는 건 ‘초가삼간 태우는 격”
신분 보장은 ‘헌법’으로 보장됐기 때문에 고치려면 개헌이 필요합니다.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미입니다. 법관 신분 보장을 없애거나 축소하는 것이 능사인지도 생각해볼만한 문제입니다. 헌법 교과서를 보면 제106조 1항을 도입한 배경에 대해 "법관들은 국민이 직접 선출하지 않은 권력이어서 민주적 정당성이 약하다. 따라서 국회와 정부 등에 의해 영향을 받을 위험이 크기 때문에 헌법에서 사법부가 외부적인 영향 없이 독립하여 업무를 담당할 수 있도록 법관의 신분을 보장하는 내용의 규정을 명시했다"고 설명합니다. 민주주의 작동의 중요한 원리인 사법부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헌법상 신분 보장에 따라 '성매수 판사'가 다른 공직자들보다 가벼운 징계를 받는 '부작용'을 피하긴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법관의 '신분 보장'을 흔드는 건 '빈대를 잡는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 될 수 있습니다. 일각에선 개인 비리를 저지른 경우까지 신분을 보장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이를 분리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이에 대해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개인 비위로 해임이 가능해지면 검찰과 경찰이 마음에 안드는 판사들에 대한 수사를 벌여 압박하는 이른바 '판사 찍어내기'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법관 재임용 심사 강화 등 대안 거론
물론 문제가 된 법관을 걸러내는 시스템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예를 들어 법관은 10년마다 재임용 심사를 받아 연임할 수 있게 돼 있는데 이 과정에서 외부위원 참여 확대를 통해 물의를 일으킨 판사를 더 적극적으로 배제하는 방안이 대
책으로 논의될 수 있을 겁니다. 법관들이 스스로 퇴직하면 변호사 개업 심사요건을 강화할 필요성도 있습니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관의 신분 보장에 대한 대안 없는 비판보다는 헌법 정신을 살리면서도 실효성 있는 대책을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