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골목길과 낡은 건물이 즐비한 재개발 지역은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 그야말로 흔적도 없이 사라지죠.
하지만, 다 잊기에는 아깝고 귀중한 삶의 흔적이 참 많은데요.
인천에서 한 재개발 지역을 기록으로 남긴 특별한 전시가 열렸습니다.
노승환 기자가 소개합니다.
【 기자 】
40여 년 전 미용실에서 쓰던 염색약과 샴푸, 그 아래엔 겉보기엔 용도를 짐작하기 어려운 미용기구가 놓였습니다.
오래된 간판과 출입문까지 거의 그대로 되살린 이곳은 여전히 영업 중이지만 머잖아 철거될 한 미용실입니다.
1960년대 이 동네 공장에서 일했던 한 젊은 노동자는 이제는 백발이 성성해져 당시 썼던 일기를 기증했습니다.
▶ 인터뷰 : 이병무 / 일기 기증자
- "우리 딸이 아기 때 이런 얘기 저런 얘기도 있고 아주 재미있는 게 많아 이 안에…."
재개발로 사라질 인천의 대표적인 구도심 화수·화평동의 과거를 한 데 모은 전시회입니다.
인천 화수·화평동은 1879년 서양 열강의 침략을 막으려고 조선이 군사기지인 화도진을 설치하면서 형성된 바닷가 동네입니다.
이후 일본강점기와 산업화 시기를 지나면서 수많은 공장 노동자들이 이곳에서 삶을 꾸려갔습니다.
▶ 인터뷰 : 배성수 / 인천시립박물관 전시교육부장
- "주민들이 그 안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또 공간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여러 기록과 주민들의 구술을 통해서…."
이번 전시는 특히 재개발로 사라질 동네의 100년 넘는 역사와 추억을 체계적으로 조명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끕니다.
전시는 인천시립박물관에서 오는 10월까지 열립니다.
MBN뉴스 노승환입니다.[todif77@mbn.co.kr]
영상취재 : 김 원 기자
영상편집 : 유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