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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해남 10대 vs 대치동 10대…'사교육 양극화'의 끝은 어디? [인기척]

기사입력 2023-08-01 10:26 l 최종수정 2023-08-01 11:11
전남 해남 16살 박지민 군 "집 주변에 다닐 학원이 없어"
서울 대치동 여고생 "하루 스케줄 관리는 엄마의 몫"
박 군 "화상과외로 한달 70만 원" vs 대치동 "학원비만 매달 수백만 원"
공교육 경쟁력 약화, 사교육 수요 높이고 학생들 무기력 강화시켜

오후 10시 서울 대치동 일대에서 학원을 마치고 귀가하는 학생들의 모습./사진=독자 제공<br />
↑ 오후 10시 서울 대치동 일대에서 학원을 마치고 귀가하는 학생들의 모습./사진=독자 제공


전남 해남 고1 박지민 군 "다닐 학원이 없다"

“저는 학원을 아예 안 다녀요. 제가 사는 곳에는 학원이 거의 없거든요.”

전라남도 해남군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박지민(16) 군. 박 군의 집 주변엔 학원이 거의 없습니다. 박 군이 다니는 고등학교의 전교생 수는 120명으로, 1학년 학생은 한 반에 20명씩 총 두 개의 반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박 군은 지난 26일 MBN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학교에서 대부분의 친구들이 학원을 아예 안 다닌다”라며 “사는 곳 근처엔 학원이 거의 없다. 다 합쳐서 5개 정도 있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박 군은 주로 학원들이 시외버스로 약 2~4시간 타고 가야하는 타학교 근처에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박 군은 “반 친구들이 수업을 듣더라도 대부분 개념 이해조차 잘 못한다”라면서 “(학생들) 대부분이 꿈도 없다. 목표가 있는 친구들은 그나마 주변에 있는 전남대학교 정도 가고 싶어한다"라고 전했습니다. 낮은 정보력과 열악한 교육 환경이 학생들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는 게 박 군의 설명입니다.

유일하게 받는 사교육은 주 1~2회 진행되는 영어와 수학 과목 화상과외입니다. 박 군은 “솔직히 사교육이 조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학원을 다니지 않거나 과외를 안하는 친구들은 수업 이해를 잘 못하는 것 같다. 그나마 학원을 다니거나 과외를 받는 학생들은 개념 정도는 알아듣는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꿈인 박 군은 관련 수업을 듣고 싶었지만, 선생님께 학교의 규모가 작아 수요가 낮은 과목의 수업은 개설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박 군은 “(해당 수업이 없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다른 학교에 개설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정도”라며 “교육환경 자체가 열악하다"라고 한탄했습니다.

교실과 복도.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연합뉴스<br />
↑ 교실과 복도.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연합뉴스


서울 대치동 10대 여고생 "사교육비만 몇천만 원"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대치동. 유년시절부터 대치동에서 자라며 공부한 두 학생의 상황은 박 군의 교육 환경과 현저히 달랐습니다.

MBN과의 인터뷰에 참여한 박모(19) 양은 13살부터 대치동에서 공부를 해왔고, 소모(19) 양은 교육을 위해 8살 때 경남 창원에서 대치동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이들이 받는 사교육의 모습은 박 군과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박 양과 소 양은 지난해 고등학교 3학년 재학 당시 각각 학원 4개와 8개를 다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들은 ‘당시 받았던 수업들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면서도 박 양은 “그래도 재수하는 거 보면 잘 모르겠다”라고 자조섞인 웃음을 보였습니다.

이들의 바쁜 스케줄 관리는 주로 부모님의 몫이었습니다. 박 양과 소양은 “스케줄 관리는 엄마의 몫"이라며 “‘너 오늘 과외 있다’, ‘이미 결제했으니 수업 한번 가봐’ 등의 말로 하루 일과가 결정됐다”라고 전했습니다.

사교육에 투자한 비용 역시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화상과외로 매달 70만 원을 쓴 박 군과 달리, 박 양은 “한 달에 최소 몇 백만 원일 것"이라며 “작년에 단과 학원으로만 1,000만 원가량 썼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 양은 정확한 금액은 잘 모른다면서도 “엄마가 혼낼 때 ‘한 달에 몇 천(만원)을 투자했는데…’라고 얘기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박 양은 “한때 ‘지금 내가 한두 문제를 더 맞히려고 몇백만 원을 쓰는 게 말이 되나'라고 생각했다"라며 “고가의 수업을 들으며 ‘지금 내가 1분에 몇만 원을 태우고 있는 건가' 생각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박 양은 “선생님들께서 수업을 거의 안 하시고 약간 설렁설렁 교과서를 읽으신다"라면서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모든 걸 학원에서 배운다고 생각한다"라고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무너지는 지방 교육 현장

박 군이 사는 지역인 전남 농어촌학교에서는 교원 기피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지역 내 교육격차에 기여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교육 경력이 풍부한 교사들이 농어촌학교 근무를 꺼리면서 이 빈 자리가 신규 교사와 기간제 교사들로 메워지는 겁니다.

전남도교육청이 전남도의회 교육위원회 박형대 의원(진보당·장흥1)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남 지역 공립초등학교 시군별 정원대비 신규 교사 비율은 장성 7.60%, 장흥 8.30%에 이어 해남이 9.90%로 가장 높았습니다. 반면 시군별 정원 대비 기간제 교사 비율은 장흥 13.1%, 해남 13.6%, 진도 18.8%로 집계됐습니다. 이에 교원 역량의 격차가 생겨 지역 내 교육격차도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박 의원은 지난 3월 9일 임시회 전남도교육청 업무보고에서 "올해 신입생이 없는 학교가 증가하고 도농간 교원 역량 격차가 심화되는 등 전남교육의 중요한 도전에 직면했다”라며 “중장기적 관심을 가지고 종합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25일 오후 9시 57분 서울 대치동의 한 대형 학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사진=오서연 MBN 인턴기자
↑ 지난 25일 오후 9시 57분 서울 대치동의 한 대형 학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사진=오서연 MBN 인턴기자


대치동으로 몰리는 학생들과 부모들

“대치동 학생들을 조금 과장해서 묘사한다면, 삼각김밥을 물고 승무원이 끌법한 묵직한 여행용 캐리어를 끌고 가는 아이들”

대치동의 한 대형 학원에서 10년 넘게 근무 중인 강사 A(46·남) 씨는 지난 27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A 씨는 “서초구와 강남구 대치동 아이들의 성적이 좋은 이유는 기본 실력이 뛰어나서라기보다, 본래 다른 지역에 있던 학습욕이 있는 아이들이 부모의 경제력을 통해 이렇게 특정 지역으로 옮겨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A 씨는 “교육열이 높은 곳에서 공부를 해야 학습 분위기가 좋고, 학원이 많으면 고를 수 있는 선택지도 많아 초등학교 4~5학년쯤 다른 지역에서 대치동으로 많이 넘어오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보 격차, 학부모의 경제력과 열의가 이러한 교육 수준·교육 환경의 격차를 만들어내는 데 영향을 많이 미친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공교육 살리기 '사교육 양극화' 해법 될까

지난 6월 교육부는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교육부는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향후 학교 보충수업을 늘리고, 교사의 대입컨설팅을 강화한다는 방침입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러한 정책이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기거나 교원의 부담을 늘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공교육 경쟁력 약화와

더불어, 사교육에서 입시의 해법을 찾으려는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가 내놓은 방안이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 인기척은 MBN '인'턴 '기'자들이 '척'하니 알려드리는 체험형 기사입니다.

[이승지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eungjilee@kakao.com]
[오서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itty2525m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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