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이자, 대표적인 페미니스트로서 여성운동에 앞장섰던 나혜석의 삶은 고난 그 자체였습니다.
스스로 '이혼 고백장'을 발표하며 독립을 선언한 나혜석은, 하지만 결국 가부장적인 한국 사회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생활고에 병까지 얻어 끝내 행려병자로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지요.
그럼, 지금은 희대의 예술가를 쓸쓸히 죽게 한 우리 사회 뿌리 깊은 '여성 편견'이 과연 사라졌을까요?
며칠 전, 모바일 게임 개발에 참여한 여성 작가가 입사 전 SNS에서 '불법 촬영 반대 시위' 등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사건의 발단도 코미디 같은 것이 모바일 게임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가 '노출이 적은 전신 수영복을 착용'했고, '몸매가 평면적'이라는 지적이었습니다.
일부 남성 이용자들이 이런 이유로 게임사를 비난하며 별점 테러를 가하고, 악의적인 후기를 남기다, 급기야 여성작가의 입사 전 활동까지 문제 삼은 겁니다. 쉽게 말해 '페미니스트라 노출이 적고 몸매가 육감적인 여성 캐릭터를 만들지 않았다' 이거죠. 이 중 10여 명은 예고 없이 업체를 찾아가 항의까지 했습니다.
게임업계에서 '페미니즘 사상검증'이 논란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8년 IMC게임즈는 자사 직원이 페미니스트를 팔로우했다는 이유로 '징계성 면담을 했다'라는 기록을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했습니다.
- 영화 콜레트(2019년)
"역사를 쓰는 건 펜을 쥔 사람이다."
프랑스 소설가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의 실제 이야기로 제작된 이 영화는 남편 이름으로 소설을 출간하는 유령작가로 살다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클로딘'을 출간하며 주체적인 삶을 찾는 여성 얘깁니다.
다른 나라는 이렇게 이미 펜을 쥐고, 역사를 쓰고 또 바꾸고 있는데, 우린 그 펜을 잡는 게 남자냐, 여자냐로 싸우고 있다니요.
이럴 시간이 없습니다. 이 글로벌 세상에서 너 또는 나로 싸우는 동안 '우리'가 손해봐서야 되겠습니까.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페미'라서 해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