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면/사진=게티이미지뱅크 |
현대 한국인의 생활은 푹 자는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학력고사와 본고사가 있던 시절 수험생활을 했다면 4시간 자면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의미의 '4당5락'(四當五落)이라는 말에 익숙할 것입니다.
↑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스탠딩 책상에 서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사진=연합뉴스 |
'한강의 기적'을 이끈 노년 세대는 잠을 줄여 일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았습니다.
젊은이들은 늦은 시간까지 또래들과 어울리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사용하고 게임을 하며 잠을 미룹니다.
2016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국가별 15∼64세 수면시간 자료에 의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의 평균 수면 시간이 가장 짧았습니다.
통계청의 시간 사용 실태 조사(2019년)에서는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이 7시간 22분이고, 적정 수면시간인 7∼9시간을 자는 이들은 47%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16.4%는 6시간 미만, 44.4%는 7시간 미만을 잤습니다.
서울대 의대 교수이며 수면 전문가인 정기영은 신간 '잠의 힘'(에이도스)에서 이처럼 한국의 수면 부족 실태를 지적하고 잘 자는 것이 건강한 삶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 말했습니다.
↑ 불면증/사진=연합뉴스 |
극단적으로 잠을 줄인 경험은 수면의 가치를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합니다.
책에 따르면 가장 오랫동안 잠을 자지 않은 기네스 기록은 1963년 1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살던 당시 17세의 랜디 가드너가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는 무려 264시간, 즉 11일 동안 동안 잠을 참았습니다.
가드너는 잠을 자지 않은 지 사흘째가 되자 구역질을 하고 말을 할 때 혀가 꼬이는 증상을 보였습니다.
나흘째 새벽이 되니 신호등을 사람으로 착각했고, 이레째부터는 술에 취한 사람처럼 말이 어눌해졌고 비틀거리면서 걸었다. 시야가 뿌옇게 되고 기억력이 현저히 떨어졌습니다.
가드너의 기록은 현재까지 깨지지 않았습니다.
기네스가 잠을 오래 참는 것을 더 이상 기록 종목으로 삼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잠을 자지 않는 것이 그만큼 위험한 행동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입니다.
쥐를 대상으로 수면 박탈 실험에서 2주 이상 잠을 재우지 않았더니 털의 거의 다 빠지고 체중이 줄었으며 결국에는 패혈증으로 죽었습니다.
↑ 낮잠/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또 잠을 적게 잘수록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가 높아지고, 과체중과 비만이 많아진다는 것은 많은 대단위 연구에서 일관성 있게 파악됐습니다.
20∼65세 한국인 8천7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에 의하면 하루 수면이 5시간 미만인 사람은 7시간 자는 사람에 비해 전체 비만 및 복부 비만의 연관성이 25% 정도 높았습니다.
주목할 점은 20∼40세의 젊은 남성이 여성보다 비만 효과가 더 크다는 것입니다.
즉 잠이 부족했을 때 젊은 남성이 젊은 여성보다 더 뚱뚱해질 수
책은 건강한 수면 생활을 위해서 평일과 휴일을 구분하지 말고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라고 권합니다.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은 생체 시계를 일정하게 유지해 좋은 잠에 도움이 됩니다. 또 잠자리에 들기 2시간 전부터 스마트 기기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김누리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nu11iee9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