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말로 '기부왕'이었던 그는, 제주에 극심한 흉년이 들어 사람들이 죽어 나가자 현재 가치로 700억 원에 달하는 재산을 털어 곡물을 사들였고, 이를 관가로 보내 구호곡으로 쓰게 했죠.
"재물을 잘 쓰는 자는 밥 한 그릇으로도 굶주린 인명을 구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썩은 흙과 같다"면서요.
그런데, 만약 만덕에게 되레 구호곡에 대한 세금을 내라고 했다면 어땠을까요. 서민을 위해 기부하겠다는데, 국가가 그걸 중간에 떼어먹는 셈, 또 기부 의지까지 없애진 않았을까요.
얼마 전 부산에서, 선친의 뜻에 따라 토지를 해운대구에 기부하려던 유족이 이를 철회했습니다.
먼저 천600만 원의 취득세를 내야 했거든요. 시가 15억 원 상당의 토지를 아무런 대가 없이 기부한다는데, 별개로 세금을 내라고 한 겁니다.
백범 김구 선생의 차남인 고 김신 전 공군참모총장은 항일 투쟁의 역사를 알리기 위해 해외 대학에 42억 원을 기부했다가, 후손들이 상속세 9억, 증여세 18억, 총 27억 원의 세금 폭탄을 맞았고, 생활정보지 '수원 교차로' 창업주 고 황필상 박사는 180억 원을 아주대에 기부해 수백 명의 장학금을 지원했건만, 그에게 돌아온 건 140억 원이 넘는 증여세였죠.
이렇다 보니, 선의로 출발한 기부가 법정 다툼으로도 이어집니다. 오죽하면 황 박사가 "이 나라에 기부한 걸 무효화하고 싶다"고 했을까요.
미국은 기부액의 60% 내에서 전액 소득공제를 프랑스는 기부금의 66%를 세액에서 빼줍니다. 영국은 '레거시10'이라는 제도를 통해 재산의 10%를 기부하면 상속세 등에 혜택을 주지요.
"신분을 감추고 10년째 기부를 하는 천사, 이런 선행이 어디 있습니까." - 영화 '천사는 바이러스' (2021)
우리는 좋은 일에 쓰라고 재산을 쾌척하는 이들을 '기부 천사'라 부릅니다.
'기부'에 신의 뜻을 전하는 '천사'가 붙은 건 기부가 하늘의 뜻을 받드는 숭고한 일임을 강조코자 함이 아닐까요.
그런 기부 천사의 날개를, 세법이라는 이름으로 꺾다니요. 기부 결정은 개인이 할 일이지만 기부를 장려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건 정부 몫 아닙니까.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기부 천사 가로막는 '세금 폭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