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카페 글에 "아이 펑펑 우는데 천불"
소아과 전공의, 850명→304명 하락세
↑ 서울 시내 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에 폐업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습니다.) / 사진=연합뉴스 |
소아청소년과의원이 보호자 없이 혼자 진료받으러 온 9세 아이를 돌려보냈다가 ‘진료 거부’ 민원을 받아 폐업을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지난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후배한테 전화 왔는데 9살짜리 아이 혼자 진료받으러 왔길래 부모한테 전화하라고 했더니 부모가 보건소에 진료 거부로 신고해서 보건소 공무원이 진료 거부 조사명령서 가지고 나왔다더라”며 “이 지역 소아청소년과는 여기밖에 없다”고 전했습니다.
그가 공개한 안내문에 따르면 해당 의원은 “환아의 안전과 정확한 진찰을 위해 14세 미만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은 진료는 응급사항이 아닌 이상 시행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보호자 없는 진료에 대해 의사의 책임을 물은 법원 판례가 있으며, 진료에 보호자 대동은 아픈 아이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자 의무”라고 강조했습니다.
의원 측은 “환아의 안전을 위한 운영 지침에 대해 보호자의 악의에 찬 민원에 그간 어려운 상황에도 소아청소년 진료에 열심을 다한 것에 회의가 심하게 느껴져서 더는 소아에 대한 진료를 지속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안타깝지만, 소아청소년과 진료의 제한이나 소아청소년과로서의 폐업 및 성인 진료로 전환을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폐업 소식이 전해진 후 9세 아이 보호자로 추정되는 인물 A 씨가 맘카페를 통해 상황을 토로한 정황이 알려지며 뒤늦게 화제가 됐습니다.
A 씨는 학교로부터 아이에게서 열이 난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아이에게) ‘병원 예약해 줄 테니 혼자서 갈 수 있냐’ 물었더니 ‘갈 수 있다’ 하길래, 2시부터 오후 진료 예약 시작이라 겨우 예약하고 보냈다”며 “그런데 만 14세 이하는 보호자 없이 진료 볼 수 없다고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아이가 열이 많이 나서 힘들어하는데 단칼에 ‘5분 내로 오실 수 있냐’ 해서 ‘근무 중이라 바로 못 간다. 차라리 뒤로 순서를 옮겨주실 수 없냐’ 했더니 ‘이미 접수 마감이라 안 된다’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A 씨는 “아이는 그냥 집으로 돌아왔고 제 퇴근 시간 맞춰 다른 의원으로 갔다. 저를 보는 순간 아이가 너무 아프다며 펑펑 우는데 속에서 천불이 났다”며 “병원 가서 열 쟀더니 39.9도였다. 당장 어디다 민원 넣고 싶다. 우선 내일 보건소에 전화해 보려고 한다”며 부당함을 토로했습니다.
한편,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되기 위해 전국에서 수련 중인 전공의가 5년 대비 64%
일부 상급종합병원에선 소아과 전공의 부족을 이유로 입원 환자 진료를 일시 중단하는 등 진료에 차질을 빚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