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도 진품 맞다" 검찰 주장에 국가배상 소송 낸 천경자 유족, 1심 패소

↑ 미인도 (사진=연합뉴스)

30년 넘게 이어진 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논란'과 관련해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판정한 검찰을 상대로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한 천 화백 유족 측이 1심에서 패소했습니다.

오늘(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214단독 최형준 판사는 천 화백 둘째딸 김정희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1억 원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문제가 된 미인도는 1977년 당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소유한 걸로 알려졌다가 10·26 사태 이후 정부로 압수됐고 국립현대미술관이 넘겨받아 지금까지 소유하고 있습니다.

국현이 미인도를 처음 공개한 1991년 그림을 본 천 화백은 "내가 그린 게 아니다"라며 위작이라고 주장했지만 국현은 한국화랑협회 감정 결과를 통해 진품으로 판정됐다고 반박했습니다.

이후 자신이 위조범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타나기도 하는 등 논란이 이어졌습니다.

2015년 천 화백이 숨진 뒤 둘째딸 김정희 몽고메리대 교수는 2016년 바르토메우마리 국현 관장 등 6명을 사자명예훼손과 저작권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고발했습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미인도를 재감정하기로 했고, 감정을 맡은 프랑스 뤼미에르 감정팀은 2016년 위작 판정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과학감정과 소장이력 등 여러 증거를 바탕으로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혐의 대부분을 불기소처분했습니다.

이에 김 교수 측은 2019년 "검찰이 위작 판단을 내린 감정위원을 회유하고,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허위사실을 유포해 천 화백과 유족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했지만, 오늘 1심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선고 결과가 나오자 김 교수는 입장문을 통해 "법적인 구원은 받지 못했지만 천경자 화백의 타협 없는 예술 정신과 억울함에 대해 대다수 국민은 공감하고 계시다"며 항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우종환 기자 woo.jonghwan@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