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에 매수돼 범죄 사건을 대충 무마하고 덮으려는 관할 경찰에게 일침을 가하는 주인공 역시 경찰입니다. '가난하지만 당당하게 살자'는 그의 모습에서 우린 희망을 보지요.
그런데 이런 장면은 영화에나 존재하는 걸까요.
지난해 각급 공공기관 소속 공직자 416명이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형사처벌 등 제재 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역대 최다 기록입니다.
지인에게서 '좋은 시간대'에 골프장 예약을 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부하 직원에게 '예약 취소분을 우선 배정하라'고 부당 지시를 했다가 발각된 경우도 있었고, 본인이 행정실장으로 있는 고등학교에서 교육공무직 대체 인력을 채용한다고 하자, 자기 조카가 뽑히게 해달라고 인사 담당 직원에게 청탁, 실제로 임용을 시킨 사람도 있었으며 공공기관의 경영평가 위원이면서 해당 기관 직원으로부터 80만 원 상당의 호텔 이용권을 받았다가 제재 처분을 받은 교수도 있었죠.
그리고 역시나 제일 좋아한 건 현금과 뇌물성 선물이었습니다. 제재 처분을 받은 사람 중 대부분인 388명이 금품수수 혐의로, 28명이 부정 청탁으로 적발됐으니까요.
이 중 289명이 과태료 처분을, 100명은 징계부가금 결정을, 27명은 형사 처벌을 받았는데, 이게 다가 아닙니다.
기껏 청탁 비리를 신고받고도 내부 징계만 하고 수사 의뢰 등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도 수십 건이나 된다고 하거든요.
이런 식으로 어물쩍 넘기려고 해서야 어디 부정이 제대로 뿌리 뽑히겠습니까. 정말 비리를 뿌리 뽑을 마음은 있는 걸까요.
"우리 쪽팔리게 살진 말자."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최영 장군의 손녀사위였던 맹사성은, 세종대왕 시절 재상을 지내면서도 공무가 아니면 역마나 가마를 멀리하고 소를 타거나 아예 걸어 다녔다고 합니다.
이런 미더운 국민의 공복을, 왜 지금 세상에선 만날 수 없는 걸까요.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건 똑같잖아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청백리까지는 아니더라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