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검찰·구치소 조감도…교도관 위치 파악
호송차 탑승 위치도 적어…본인 자리엔 '구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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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 사진=연합뉴스 |
1심에서 징역 30년을 받고 수감 중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도주를 위해 CCTV 사각지대 등을 A4용지 27장짜리 문건에 적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검찰이 확보한 김 전 회장의 '탈옥 계획서'에 따르면 그는 법원과 검찰청사의 건물 조감도는 물론, 자신의 동선상에 있는 CCTV 사각지대까지 기록했습니다.
또, 재판이 오후 늦게까지 이어질 경우에 식사시간이 어떻게 되는지, 교도관이 어디에 앉아있는지, 건물 밖 흡연구역의 위치, 호송차량이 이동하는 방향까지 상세히 기록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지난달 김 전 회장의 탈주 계획 첩보를 입수하고 관련 내용을 파악했다"며 "법원이나 검찰에 다녀왔을 때의 호송 통로를 모두 기억해서 메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또 김 전 회장은 호송 차량 내부의 좌석 배치, 운전석과 조수석의 위치와 직원들이 착석하는 자리, 창문 위치 등도 상세하게 파악해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본인이 앉을 자리에 '구출자'라고 적어두기도 했습니다.
김 전 회장은 수감자 A씨를 20억 원을 대가로 포섭했고, 이 수감자 등을 통해 탈주 계획을 적은 문건을 외부로 반출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이렇게 세세한 탈주 계획을 문건으로 작성한 배경에는 수감자 A씨를 끌어들이려 설득하려는 목적도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자기 계획이 얼마나 현실성이 있고 치밀한지 알려야 포섭이 될 거 아닌가"라며 "황당한 공상이 아니라 영화처럼 치밀한 계획이 있다고 보여줘서 도와주도록 움직이게 하려 한 거 같다"고 말했습니다.
A 씨가 포섭된 이후 이후 김 전 회장의 누나가 A 씨의 친척 B씨와 접촉했고, 대포폰 마련 비용 등 착수금조로 1천만 원을 건넸지만, B씨가 지난 6월 중순쯤 검찰에 탈주 계획을 알리면서 결국 미수에 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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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봉현 도주 계획 도와준 친누나 / 사진=연합뉴스 |
검찰은 김 전 회장의 탈주 계획을
김 씨는 B씨에게 건넨 1천만 원에 대해 "문제가 없는 돈"이라고 주장하고 탈주 계획을 몰랐다고 주장하는 등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은 또 다른 누나 등 다른 가족이 김 전 회장 탈주에 도움을 줬는지도 확인할 방침입니다.
[길기범 기자 road@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