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의 첫 만남, 참 감격스럽죠. 그런데 아이를 낳은 여성은, 아기를 버리고 황급히 떠나 버립니다.
"전자레인지 안에 분유 있어, 분유!"
여기 역시 결혼을 앞둔 여자친구가 사라졌습니다. 덜컥 낳은 아기만 남긴 채 말이죠.
두 아기는 아빠가 미혼부라는 공통점과 함께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습니다.
한국 아기는 분명 현존하지만 서류상 존재하지는 않는 '유령 아기'라는 겁니다.
미국은 의료기관이 출생을 통보하게 해 부모의 신고 누락을 방지하고 있지만 우린 혼외자의 경우 원칙적으로 엄마만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 보니 엄마가 나 몰라라 하면 친부는 출생신고를 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2015년 미혼부도 출생신고가 가능하게 법을 개정했는데, 내용을 뜯어보면 별 의미가 없습니다.
어제 대구가정법원은 베트남 국적 여성과 교제 중 딸을 출산했으나, 이후 여성과 연락이 두절된 미혼부에게 아기의 출생신고를 허가했습니다. 아이가 태어난 후 팔방으로 뛰어다닌 지 8개월 만이었죠.
이건 그나마 좀 빠른 편입니다.
미혼부가 자녀의 출생신고를 하려면, 우선 자녀 생모의 이름, 생모의 등록기준지와 주민번호, 이런 걸 몰라야 하고, 이 '모른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따로 재판까지 받아야 하는데, '하나만' 몰라도 되는 건지, '세 개 다' 몰라야 하는 건지 재판부마다 판단이 다르고, 이 재판에서 지면, 그 뒤부턴 이름조차 생소한 재판들을 또 이겨야 아빠로 인정받을 수 있거든요.
이 과정을 다 거치는데 길게는 4~5년이 걸립니다.
피해는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갑니다. 어린이집을 못 가는 건 물론, 국가 혜택에도 제한을 받고 혹 실종이라도 되면 아이를 찾을 길이 없지요.
다행히 지난 3월 헌법재판소가 기존 법이 '위헌'이라고 결정해 미혼부도 출생신고가 가능하게 됐습니다만, 법 개정 시한이 아직 2년이나 남았네요.
그럼 한시라도 빨리 조치를 취하는 게 맞죠.
단 한 사람의 국민이라도 억울하거나 불이익을 받지 않게, 시스템을 보완하고 적용하는 것, 그것이 국가가 해야 할 기본 책무 아닙니까.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아빠가 아빠라고 못 하는 이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