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유치원=사교육비 주범' 지적…전문가들 "유아 신체·정서 발달에 안 좋을 수도" 우려
강남같이 교육열이 높은 지역에서는 아이가 영어유치원을 다니는 것이 당연해졌습니다.
↑ 영어유치원이 모여 있는 대치동 학원가 / 사진=연합뉴스 |
교육부에 따르면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영어학원, 즉 '영어유치원(영유)'은 지난 2018년 562곳에서 지난해 811곳으로 늘었습니다. 이 중 약 60%가 서울·경기 지역에 밀집해 있습니다.
또, 지난해 6월 말을 기준으로 영어유치원 745곳의 월 학원비는 '100~200만 원'인 곳이 407곳, '200~300만 원'은 34곳, '300만 원 이상'은 2곳이었습니다. 즉, 학원 10곳 중 6곳은 달에 100만 원이 넘는 학비를 받는 것입니다.
강남구 대치동의 영어학원은 10월쯤 예비 초1 수강생을 받는데, 자녀가 영어유치원을 졸업할 때가 되면 대치동 학부모들 사이에선 레벨테스트 이른바 '레테 전쟁'이 시작됩니다. 영어유치원을 나온 아이를 유명한 초등 영어학원에 보내기 위한 '레테'를 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일명 '빅5', '빅10'으로 불리는 유명한 초등 영어학원들이 예비 초1 학생들을 받기 위해 보는 시험의 난이도가 갈수록 높아지며 '7세 고시'란 말도 생겼습니다.
실제로 포털사이트 블로그와 맘카페에서는 '7세 고시', '영어 학원 레벨테스트' 등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조언을 구하는 게시물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영어유치원에 다니며 이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1대 1 과외를 병행하는 아이들도 있는데, 강남권에서 과외 비용은 시간당 7∼8만 원, 많게는 10만 원까지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마저도 유명한 과외 선생님에게 수업받으려면 1년은 기다려야 합니다.
↑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 앞에 붙은 광고 문구 / 사진=연합뉴스 |
요즘은 초등학교 입학을 1년 앞둔 7세에 영어유치원을 관두고 레벨테스트 준비에 집중하는 '프렙'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프렙은 영어 말하기엔 유창해진 아이들이 쓰기 시험을 대비하도록 만들어진 학원입니다.
이렇다 보니 대치동에서는 영어를 조기 교육하지 않으면 초등학교 때 들어갈 수 있는 학원이 없어 오히려 다른 지역에 학원을 보낸다는 말도 나옵니다.
이처럼 유아기부터 어려운 시험을 준비하게 하는 것이 아이에게는 과도한 학습 스트레스를 안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한 달 교육비가 기본 100만 원을 훌쩍 넘기면서 영어유치원이 유아 사교육비 부담의 '주범'이라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7세 고시'의 등장은 한 번 뒤처지면 따라잡을 수 없다는 학부모의 경험과, 살아남기 위해 위기감을 조장하고 효과를 과장하는 학원들의 경향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아이가 지적으로 뛰어나고 학습 의욕이 강하면 이런 시도가 아이에게 보탬이 될 수 있다"면서도 "아이가 역량이 되지 않는데 교육을 몰아붙이면 지적·정서적·신체적 발달에 모두 부정적 영향을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유아 단계에선 학습 사교육 자체가 신체·정서적 발달에 부정적일 수 있다"면서 "영유아의 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유아교육법을 개정하는 등 법체계와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주나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uliet3122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