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당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편도절제 수술을 받은 뒤 출혈이 생기는 등 경과가 좋지 않은 데도 이를 숨기고 퇴원시켜 4살 아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의사가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 의사 소속 병원은 며칠 뒤 아이가 응급상황에 처했을 때도 마땅한 이유 없이 이를 거부했습니다.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범죄조사부(부장 박혜영)는 4살 아이가 편도절제술을 받다가 뇌가 손상돼 결국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수술 집도의 등 관계자 5명과 양산에 있는 병원 법인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8일 밝혔습니다.
검찰 조사 결과 2019년 10월4일 당시 4살이었던 피해자 김모군은 양산 소재 병원에서 편도선 절제 수술을 받고 나서 마취 회복 중 피를 흘렸습니다. 집도의였던 A씨는 곧바로 2차 수술에 들어갔지만 출혈을 잡지 못했습니다. 광범위하게 상처 부위를 지지기만 했습니다. A씨는 이 과정을 진료기록으로 남기지 않았습니다.
이후 김군은 심한 탈수 증세 등을 보였지만 이틀 뒤 퇴원했고 집도의 A씨는 이에 대해 보호자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또 경과 관찰도 소홀히 했습니다.
결국 김군은 2019년 10월7일 통증이 심해져 부산 소재 다른 병원에 입원했고 같은 달 9일 새벽 피를 토했습니다. 이곳에서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당직의인 B씨는 병원에 없었습니다. B씨 대신 근무하던 대리 당직의 C씨는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를 하지 않고 병원 이동을 결정했습니다. 119 구급대원이 이송을 위해 병원에 도착했을 때 김군은 이미 심정지로 뇌가 손상된 상태였습니다.
부산시 소방재난본부는 김군이 수술을 받았던 양산에 있는 병원에 2번 연락했습니다. 하지만 당직의였던 D씨는 별다른 이유 없이 거절했고 김군은 약 20㎞ 떨어진 대학병원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군은 대학병원 도착 뒤 즉시 치료 받았지만 저산소성 뇌손상은 돌이킬 수 없었습니다. 김군은 그대로 회복하지 못한 채 의식불명 상태로 연명치료를 받다가, 2020년 3월11일 사망했습니다.
검찰은 김군이 첫 수술을 받았던 양산 소재 병원에 1차 과실이 있다고 봤습니다. 집도의 A씨는 김군의 재출혈 가능성을 예상하며 집중 관리해야 하는 데도 퇴원시켰습니다. 검찰은 김군이 재차 입원한 부산 소재 병원에도 2차 과실이 있다고 봤습니다. 당직 의사의 병원 이탈, 불법 대리 당직 등으로 인해 응급상황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것입니다.
김군 응급 이송을 거부한, 첫 수술을 시행했던 양산 소재 병원은 심폐소생술 시행 중인 환자가 있다고 거짓말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환자는 119의 연락이 왔을 땐 이미 퇴실한 뒤였습니다.
검찰은 A씨와 B씨, C씨가 김군이 사망하는 데 공동책임이 있다고 보고, 셋 모두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응급의료 요청을 피한 D씨의 경우엔 응급
A씨와 C씨는 진료기록을 작성하지 않았고, D씨는 다른 당직 의사의 아이디로 진료기록을 거짓 작성해 의료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다만 응급상황 시 의사의 지시에 따랐던 부산 소재 병원 간호사 1명은 기소유예 처분됐습니다.
[서예림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ylanastasia776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