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 쓰러진 410살 '횡성 보호수' 조각품으로 재탄생 한다

지난달 28일 폭우에 쓰러져⋯안식 의미로 '꽃잠식' 거행
지역 예술인 자발적 참여로 기념사업 추진 예정

↑ 사진=횡성군 제공

지난달 내린 폭우에 400여년간의 세월을 버티지 못하고 쓰러진 강원 횡성군 둔내면 두원리의 느릅나무가 조각품으로 재탄생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1982년 강원도가 지정한 횡성군 보호수인 이 느릅나무는 400여년간 같은 자리에서 두원 1리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이자 당산목(堂山木)이었습니다.

생을 다하기 전 보호수는 높이 23ｍ, 둘레 6ｍ에 달했습니다.

나무에 대한 전설도 전해집니다.

'옛날 한 아이가 죽기 전 자신의 어머니에게 "제가 보고 싶으면 횡성 두원리에 있는 느릅나무를 찾아가라"고 말했고, 죽은 뒤 어머니가 느릅나무를 찾아오자 죽어가던 나무에서 잎이 피고 다시 살아났다'는 이야기입니다.

주민들은 해마다 마을의 평안과 풍요를 비는 당산제를 지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많은 비에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채 결국 쓰러졌습니다.

둔내면민과 두원리 주민은 큰 아쉬움을 느끼고, 지난 8일 느릅나무의 영원한 안식의 의미를 담은 '꽃잠식'을 거행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지역 출신 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비용과 재능을 모아 생명을 다한 보호수를 다시 주민의 품으로 돌려보내자는 움직임이 일었습니다.

이에 쓰러진 느릅나무의 목재를 활용해 작품을 만드는 기념사업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한국서각예술인협회 횡성군지회와 조각 기능대회 은상 수상자 등 둔내 출신이거나 둔내에 거주하는 지역 예술인들이 재능 기부 형식으로 참여하고, 장비와 비용도 자체적으로 충당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보호수 나무 둘레만 6ｍ가 넘어 이를 절단할 수 있는 사람도 구하기 쉽지 않고, 나무 건조에만 3∼4년 정도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병혁 산림녹지과장은 28일 "살아서 400여년을 두원리 마을과 희로애락을 함께했고 죽어서도 주민의 안녕과 발전을 기원해 줄 느릅나무는 진정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틀림없다"며 "횡성군의 자랑이 되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승지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eungjilee@kaka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