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대신 흙바닥에서 지내요"…김해 사자 청주동물원으로 이관

동물애호가 "동물 가두고 구경시키는 동물원, 이젠 사라져야"

↑ 청주동물원에 갇혀 있는 수사자. /사진=연합뉴스

경남 김해 부경동물원의 낡고 열악한 시설에서 홀로 지내 세간의 관심을 받았던 수사자가 충북 청주 동물원으로 이관됩니다.

이 사자의 나이는 20살로, 인간 나이 100살에 가까운 고령입니다. 2004년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태어나 2016년 부경동물원으로 이관됐습니다.

부경동물원 측에 따르면, 이 수사자가 초반에는 암사자와 함께 지냈지만, 암사자가 죽은 후 쭉 홀로 지내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사자는 투명창을 제외한 3면과 천장이 막혀있고, 딱딱한 시멘트 바닥으로 이뤄진 건물 안 좁은 케이지에서 약 7년을 지냈습니다.

그러다 6월 김해시청 홈페이지 '김해시장에 바란다'에 사자를 구해달라는 요청과 동물원을 폐쇄해달라는 요청이 연달아 올라오면서 사자의 운명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충북 청주동물원이 사자를 넘겨받아 돌보겠다고 나섰고, 김해 부경동물원 운영자도 동의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수사자는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여생을 지내게 됐습니다. 청주동물원 사자 사육장은 부경동물원 케이지와 달리 400~500평 되는 공간에서 흙 땅을 밟으며 비교적 자유롭게 지낼 수 있습니다.

동물복지에 일찍 눈을 뜬 청주동물원은 동물을 가둬 구경시키기보다 야생에서 구조한 동물을 치료하고 돌보는 역할을 중시하며, 동물을 동원한 공연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야생동물 구조센터가 있어 영구장애가 있는 동물을 데려와 치료하고, 남은 생을 보내게 하거나 인도적 안락사를 시키기도 합니다.

그러나 동물애호가들은 동물원이 사라져야 할 구시대 유물이라고 지적합니다.

김애라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동물은 원래 살던 곳에서 자유롭게 살아야 한다"며 "궁극적으로 살아있는 동물을 가둬두고 구경시키는 시설은 없어지는 것이 순리에 맞다"고 강조했습니다.

[오서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yyoo98@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