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태어날 때 남긴 수 많은 '제도 안 흔적들'
지난 목요일 복지부의 '유령 영아' 사고 관련 브리핑을 듣다 의아함이 들었습니다.
차관 : "갑자기 주신 질문에 대해서 제가 파악하고 다시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한 달 이내에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부모에게는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실제로 법원행정처 가족정보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2020년에는 과태료 부과자가 9,578명이고 내지 않은 미납자는 3,912명으로 추계됐다고 합니다.
아니, '정부는 출생 신고가 되지 않아서 아이들을 파악할 수 없다면서 …… 어떻게 출생 미신고를 알아서 과태료는 부과하는 거지?' 문득 이런 의아함이 들었습니다.
차관 : "시행령 개정을 빨리 하여 조사하고 논의하도록 하겠다"
신생아는 태어난 지 12시간 안에 B형간염 예방접종을 의무적으로 해야 합니다. 거의 태어나자 마자 맞는 거죠.
여기에 착안한 감사원은 '그럼 예방접종 사용 기록이, 의료 시스템에 다 있을테니 그것과 출생 신고 기록을 대조해보자!' 이렇게 시작한 겁니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출생 신고가 된 아동이 아니면, 복지를 살펴볼 권한이 없고, 출생 미신고 아동은 개인정보법 등 법에 걸리기 때문에 알아볼 권한이 없어 못했다.' 이렇게 요약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복지부는 감사원처럼 대조해볼 수 있도록 '시행령 개정' 즉 법 개정을 해보겠다고 하는 겁니다.
참고로 '시행령 개정'은 국회가 할 것은 아니고, 복지부가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알아봤습니다.
아이들이 태어날 떄 어떤 흔적이 남는 걸까요?
그 흔적을 잘 챙기기만 하면, 우리는 '유령 아가'를 없앨 수 있지 않을까요?
![]() |
↑ 출처 : 서울 중구청 홈페이지 |
출생 신고를 하려면 다양한 서류가 필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병원에서 떼어주는 '출생 증명서'라고 합니다.
친부의 이름은 없어도, 친모의 이름 등은 꼭 들어가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출생 기록'은 각 병원이 오랫도록 가지고 있는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나경원 전 의원이 '원정출산'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장성한 아들의 '출생 증명서'를 서울대병원에서 떼서 언론에 공개한 적이 있죠. 기록은 오래 보관되는 겁니다.
![]() |
↑ 출처 : MBN뉴스 |
자, 그러면 출생 신고를 하지 않은 아이들의 경우는 어떨까요?
이들 또한, … 어떤 '산모'가 몇 kg의 여아 혹은 남아를 아아를 출산했다는 기록은 남게 되는 겁니다.
그렇다면, 갓 태어난 아이들은 정부 시스템 안에 또 어떤 흔적을 남길까요?
이건 간단한 것 같습니다. 감사원이 이번에 추적한 것을 따라가면 알 수 있습니다.
![]() |
↑ 출처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유튜브 |
출산 시 썼던 다양한 의약품과 영아들에게 한 '접종 기록' 들은 정부의 쉽게 말하면 '의료 시스템' 안에 남게 됩니다.
심사평가원의 의약품 안전사용서비스라는 'DUR' 시스템은 미국이나 유럽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서 거의 모든 의료기관에서 사용한 의약품, 약국 기록까지 모두 남는다고 합니다.
'국민건강보험'이라는 한국의 제도적 강점에서 태어난 시스템이기도 하죠.
국회가 곧 '출산통보제' 입법화에 속도를 내겠다고 합니다.
이미 시스템 안에 탄생한 아이들의 흔적이 수두룩하니 그 흔적을 잘 관리해서 출생을 놓치지 않으면 될 것 같은데요.
굳이 또 법을 만들어 누군가에게 '통보의무'를 지정하겠다는 거죠.
쟁점은 여기서 발생합니다.
보건복지부는 "근본적 해결을 위해 의료계와 협의해 출산통보제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으로, 의료기관이 지자체에 통보하는 방향으로 보입니다.
산부인과 협회는 "출산 통보 자체는 반대가 아니지만, 심사평가원에 출산 당시 아이들 관련 자료가 전송되고 있고, 이는 행정전산망에서 실시간 볼 수 있다"며 사실상 "심평원이 가진 자료로 지자체에 통보하는 방향"으로 주장합니다.
즉. 병원이 출생 통보해라! vs 정부에 시스템에 기록을 남겼는데 정부가 해라! 이런 공방으로 쉽게 정리될 듯 합니다.
어느 방향이 맞는지는 각자의 판단이겠죠.
베이비 박스부터 '유령 아기'들 까지 … 사실 문제는 한국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다! 내가 못 키울 것 같아도 국가가 든든하게 지원해준다는 믿음이 근본적인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또 다른 부분도 있습니다. 한국은 아직 '낙태법' 논란도 마무리되지 않았습니다.
(현행법상, 임신 중절은 임신 24주 이내로 ▲본인이나 배우자의 유전학적 질환 ▲성범죄에 의한 임신 ▲ 혈족·인척 간 임신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는 경우에 가능) 반면, 지금 '출산통보제' 비교를 하는 독일이나 미국 등은 '낙태법' 논란이 어느정도 마무리가 된 국가들입니다.
그러니 병원에서 무조건 출산 아이들을 '통보'하게 된다면, 산모가 모종의 이유로 아이를 숨겨야 하거나 하는 상황이라면 분명 병원 외 출산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아이를 낳아서 기를 수 있다'는 확신이 없는 남녀들, 혹은 여성들이 임신중절 대신 '출산'을 어쩔
어떤 부분이 고민할 부분일지 여러분 생각은 어떠십니까.
‘취[재]중진담’에서는 MBN 사건팀 기자들이 방송으로 전하지 못했거나 전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들려 드립니다.
[주진희 기자 / jhookiz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