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환경 정화 돕는 '익충'…토양 정화·화분 매개까지 하는 러브버그
↑ 러브버그 / 사진=연합뉴스 |
↑ 러브버그 / 사진=연합뉴스 |
지난해 여름 수도권을 중심으로 기승을 부린 '러브버그'가 다시 대거 출몰하고 있습니다.
다시 나온 러브버그에 방충 민원이 폭주하면서 서울 시내 구청들도 바빠졌습니다.
은평구청의 한 공무원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러브버그를 방충해달라는 민원 전화가 매일 빗발친다"면서 "주택가와 야산 지역을 중심으로 특별 방충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영등포구·성동구 등 일부 지자체는 민원이 쏟아지자, 러브버그의 생태 습성과 방법 등을 소개하는 안내문을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러브버그의 정식 명칭은 파리목 털파리과 '붉은등우단털파리'로, 주로 중국 남부나 일본 오키나와 등지에 서식하며 다른 털파리과 곤충처럼 암수가 보통 쌍으로 다녀 '러브버그'로 불립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서울 은평구와 북한산을 중심으로 출몰했던 러브버그가 주변 지역으로 서서히 퍼져나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신승관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지난해 서울 은평구·경기 고양시 인근에서 많이 나온 러브버그가 날아서, 또는 차량이나 지하철에 붙어서 멀리 퍼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박선재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최근 러브버그가 서울 관악구와 경기 부천·과천시, 인천 등에서 발견되는 등 점차 남하하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서울시 민원 접수 현황 등을 살피며 러브버그 출몰지를 계속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러브버그는 생존력이 뛰어나 도심에서도 쉽게 번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신 교수는 "러브버그는 어느 정도의 낙엽만으로도 생존이 가능해 도심의 작은 공원이나 가로수만 있어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러브버그 암컷 한 마리는 보통 300~500개의 알을 낳는데, 신 교수는 지난 2021년 은평구 방충 과정에서 사마귀 등 천적 개체수가 줄면서 대규모의 러브버그 애벌레가 성충이 된 것으로 추측했습니다.
↑ 지난해 7월 러브버그가 대거 출몰해 성북구에서 이뤄진 방충 작업 / 사진=연합뉴스 |
그런데 주목해야 할 점은 러브버그가 사람에게 직접적인 해를 주지 않고 오히려 환경 정화를 돕는 익충(益蟲)이라는 것입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무차별적인 러브버그 방충 작업이 오히려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박 연구관은 "낙엽이 많이 쌓인 곳에 사는 러브버그 애벌레는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성충도 꽃가루받이를 매개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사람 입장에서는 해충으로 보이지만 생태계 전반에 주는 긍정적인 영향을 생각하면 무차별적 방충이 오히려 생태계에 좋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점을 고려해 생활공간 주변으로 범위를 한정해 러브버그 방충 작업을 선택적으로 하자고 제안합니다. 신 교수는 "러브버그가 자외선을 좋아한다는 것을 고려해
박 연구관도 "천적이나 미생물을 통해 개체 수를 조절하는 접근을 권장하고 있다"면서 "가정에서는 모기 살충제로 충분히 방충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주나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uliet3122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