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붐 세대들에게 등하굣길 어김없이 들렀던 곳이 있다면 단연 문방구가 아닐까 싶습니다. 알록달록 학용품과 딱지, 뽑기 등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놀이용품의 집합소니깐요. 문방구 앞을 서성이며 호주머니를 만지작만지작. 고민 끝에 물건을 사며 즐거워하고 경제관념도 익혔던 것 같습니다. 세월이 지난 요즘은 어떨까요. 아이들이 찾는 '핫플레이스'가 달라졌습니다. 바로 학교 앞 무인아이스크림 매장입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눈에 띄게 늘어난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은 지난해 기준 서울에만 729곳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이 꼭 학교 앞에 있는 건 아니지만, 서울 관내 초등학교 605곳보다 훨씬 더 많은 수치입니다. 문제는 무인아이스크림매장 이용층이 주로 10대인데, 이들의 범죄가 꽤 빈번하다는 데 있습니다.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서울시내 무인점포 대상 절도 범죄의 61.4%인 1천 건이 무인아이스크림 매장에서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범인의 연령대가 파악된 157건 중 절반이 넘는 90건이 10대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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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본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
지난 11일 오전 9시 10분쯤 서울 목동의 한 상가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에서 교복을 입은 남학생이 임의동행 형식으로 지구대에 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학생 A(17)군은 지난 2일부터 매일 아침 주위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에서 총 6회에 걸쳐 10만 원 상당의 아이스크림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매장 주인의 신고를 바탕으로 CCTV를 분석한 경찰이 A군의 인상 착의를 확보해 잠복 중 붙잡은 겁니다.
그런가 하면 업계에서는 경찰 신고 대신 경고만 하는 경우도 적잖습니다. 지난 19일 서울의 모 초등학교 앞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에서는 "작은 물건도 가져가면 범죄입니다. 절도 학생을 붙잡아 피해보상 10배를 받았습니다"는 안내문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매장 주인 B씨는 "무인 운영이라 실시간 감시는 어렵고, CCTV를 하루 종일 돌려볼 수도 없는데, 발각된 절도만 한달에 십수건에 달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차라리 절도로 인한 손해가 낫지, 인건비를 주고 운영하긴 힘들다"며 "이렇게라도 학생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켜려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물론 절도 범인의 나이가 너무 어리다며 '자포자기' 심정으로 눈 뜨고 당하거나, CCTV를 근거로 어린 도둑의 신상을 공개하는 매장 주인도 있습니다.
결국 이래저래 늘어나는 '어린 도둑'을 보며 마음만 불편해집니다.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옛말처럼, 반복되는 절도에 죄의식만 없어지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대책이 절실한데, 조성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무인 점포 절도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게 해답이 될 순 없다"며 본인 인증 시스템 혹은 회원제 도입, 청소년범죄예방교육 강화 등을 방법으로 제안했습니다. 또 무인 점포 운영 시간을 탄력적으로 하되, 아이들이 자주 찾는 시간은 유인
[오지예 기자/ calling@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