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 악녀로 등장하는 메데이아가 배신한 남편에 대한 복수심으로 자기 아이들을 모두 죽이자, 남편 이아손은 이렇게 절규합니다.
이렇듯 남편과 관계가 나빠지거나 경제적 곤궁에 빠지면, 엄마가 드물게 자식을 포기하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를 '메데이아 콤플렉스'라 부르죠.
'냉장고 영아 시신 사건' 등 출생 신고가 안 된 영아가 살해·유기된 사례가 잇따라 드러나고 있지만 이는 미신고 아동 2천236명 중, 단지 위험도가 높아 보이는 23명을 먼저 조사한 결과입니다.
아직 2천213명을 더 조사해야 한다는 얘기지요.
이 비극은 나쁜 부모를 둔 아기들 탓일까요. 물론 그것도 맞습니다만, 이 아기들이 나쁜 나라에서 태어난 탓도 있습니다.
우린 아직도, 정부와 의료계의 핑퐁으로 신생아가 태어나면 의료기관이 당국에 통보하는 '출생통보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죠.
이미 미국·독일·영국·호주 등 대다수 선진국에서 시행 중이고, 혹 출산을 알리고 싶지 않은 사람을 위해선 비밀출산제까지 도입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또 하나 문제는 우리나라가 유독 영아 살해와 학대에 참 관대하다는 겁니다.
우리 법엔 영아를 살해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고 이마저도 치욕을 은폐하기 위하거나,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하거나, 참작할 만한 동기가 있으면 형을 감경 할 수 있게 하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신생아를 쓰레기봉투에 유기한 20대 여성은 1심에서 고작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지난해 1월 전주에서 갓 출산한 아이를 변기물속에 넣어 숨지게 한 부부에겐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라는 가벼운 형이 선고돼 다 석방됐습니다.
미국은 영아 살해에 대해 감경은커녕 이유 불문하고 대부분 종신형 이상을, 프랑스는 부모가 자식을 의도적으로 살인한 경우 무기징역에 처하는데 말입니다.
동물의 생명권도 보장해야 한다는 세상에서 저출산 예산을 무려 280조 원이나 쏟아부으면서, 태어나자마자 '유령 아기'로 생을 마감해야 하는 아기들은 나 몰라라 하는 우리.
먼저 살면서 좋은 세상을 만들어 주긴커녕 빛도 못 보게 한 우리가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갓난아기들의 비극'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