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한 산기슭을 깎아 지은 인천의 한 빌라 옹벽이 일부 무너졌습니다.
워낙 가파른 기슭에 빌라를 다닥다닥 지어놔 자칫 연쇄 붕괴우려까지 있었는데요.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옹벽 재시공을 시작도 못 해 장마를 앞두고 주민들이 다시 불안에 떨고 있다 합니다.
노승환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육중한 산을 떠받치는 옹벽과 빌라 사이 간격은 불과 몇십 센티미터. 멀어도 3미터를 넘지 않습니다.
지난해 7월, 갑작스런 폭우에 이 옹벽 상부가 무너져 내렸습니다.
옹벽이 거대한 산의 무게를 못 이겨 균열 등 이상 징후를 나타낸 건 이미 3년 전인 2020년.
길이 80m인 옹벽 전체가 무너지면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이었습니다.
▶ 인터뷰 : 빌라 주민(지난해 8월)
- "이게 왜 위험하냐 면요. 이게 공사할 때 철근이 안 들어갔어요. 속에 철근도 없고 보시면 아시겠지만 속이 비어 있잖아요."
1년이 지나 이 옹벽을 다시 찾아갔습니다.
무너졌던 가로 7m, 세로 1m가량 옹벽은 일단 임시로 복구됐습니다.
하지만, 인천시와 관할 구청이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했던 옹벽 재시공은 시작도 못 했습니다.
일차적인 이유는 건축비용이었습니다.
▶ 스탠딩 : 노승환 / 기자
- "시와 구에 이럴 때 쓸법한 재난관리기금이 수백억 원이나 있었지만 관련 규제 때문에 손도 대지 못했습니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상 재난을 막으려는 목적이더라도 재난관리기금은 사유재산에는 쓰지 못하게 돼 있습니다.
방법을 못 찾던 구청은 정부의 재난위험지역 공사비 보조사업이 있다는 걸 뒤늦게 알고 국비 3억 원을 받아 5억 원을 편성해 옹벽 보수를 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연말에나 설계가 끝나 당장 올여름 장마와 폭우에는 대책이 없습니다.
▶ 인터뷰 : 빌라 주민
- "잠도 안 오고 그래. 이게 (옹벽 뿐 아니라 빌라) 전체가 다 그러니까. 이거 재개발을 해야 할 텐데…. 문제라니까."
게다가 이 빌라 10개 동 중 기반과 담장이 기울고 파손된 다른 동은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설계는커녕 보수공사를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어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MBN뉴스 노승환입니다.[todif77@mbn.co.kr]
영상취재 : 김 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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