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사고 당해서, 도착하면 드릴게요"...인천→천안 '13만 원' 택시비 먹튀

택시기사 자녀 “허탈한 얼굴로 운전해 올라오는 아버지 얼굴 보니 가슴 찢어져”

↑ 지난 16일 인천 백운역에서 천안까지 택시를 이용하고 요금 13만원을 지불하지 않고 도주한 승객./사진=보배드림 갈무리.

“할머니가 차 사고를 당해 도착해서 택시비를 주겠다”며 인천에서 천안까지 100㎞가 넘게 이동했지만 막상 도착하니 요금 13만 원을 지불하지 않고 도망친 손님의 사연에 누리꾼들이 공분하고 있습니다.

어제(22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저희 아버지도 택시 먹튀를 당했습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폭로자 A씨는 “택시기사인 아버지가 지난 16일 인천 백운역 3번 출구 앞에서 한 손님을 태웠는데, 본인 할머니가 차 사고를 당해 급하게 천안 직산역에 가야 한다고 했다”며 “택시비는 천안에서 기다리는 다른 가족이 지불하겠으니 일단 최대한 빨리 가 달라”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아버지는 손님을 걱정하며 최대한 빨리가겠다며 톨게이트비도 직접 내고 목적지까지 1시간 30분 넘게 100㎞를 운전해 갔다”고 덧붙였습니다.

가는 도중 택시기사는 승객 B씨를 걱정하며 “점심은 챙겨 먹었느냐”, “물을 좀 마시겠냐”고 걱정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목적지에 도착한 승객 B씨는 그대로 도주했고, 이를 따라가던 택시기사도 뒤쫓아가다 넘어져 다쳤습니다.

A씨는 “직산역 사거리 앞길에 도착한 아버지는 택시비를 받으러 가자고 같이 내렸다”면서 “그런데 승객이 한 아파트 쪽으로 도망치기 시작했고 아버지는 도망치는 승객을 잡으려고 뒤쫓아 달리다 계단 쪽에서 넘어져 상처를 입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후 택시 기사는 주민들의 도움으로 경찰에 신고할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A씨는 “아버지가 손님의 거짓말에 속아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모습과 신고한 후 천안에서 허탈한 얼굴로 운전해 올라오는 얼굴을 보니 정말 가슴이 찢어진다”면서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을 걱정하는 게 먼저라고 가르치며 키워주신 아버지인데 이젠 더 이상 사람을 믿지 말고 의심하시라고 말씀드려야 하는 거냐”고 분노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잘못한 행동에는 분명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쁜 일이 당연시되는 사회가 되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서예림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ylanastasia776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