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데릴라를 연기한 헤디 라머는 아름다운 외모로 1940년대 할리우드를 주름잡은 여배웁니다.
그녀에겐 특별한 재능이 하나 더 있었는데, 바로 발명이었죠.
지금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이런 무선통신 기술의 근간이 되는 '주파수 도약'이라는 기술로 특허까지 내, 미 정부에 기증한 과학자거든요.
'할리우드 명예의전당'과 '발명가 명예의 전당' 두 곳에 최초로 이름을 올렸고 구글은 헌정 영상에서 '헤디 라마가 없었다면 구글도 없었다'며 칭송할 정돕니다.
국내 대학들이 수억 원씩의 정부 예산을 받아 만든 인공지능과 혁신 신약 등 관련 특허 대부분이 사업화가 불가능한 '깡통특허'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대한변리사회는 특허를 1~10등급으로 나누는데 '특허를 받을 수는 있지만 사업화가 어려운 수준'인 5등급 이하가 71%였거든요. 1~2등급은 아예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상용화가 가능한 건 4%에 불과했고, 교육부에서 1억 천 940만 원을 지원받은 AI 사업에는 131개의 특허가 출원됐지만 4등급 이상이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그럼, 왜 쓸모없는데 특허 출원에 안달인 걸까요. 돈 때문입니다.
대학들은 연구비를 따내기 위해 상용화보다는 특허 등록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고, 정부는 특허 숫자로 평가를 하다 보니 허울뿐인 특허들만 무더기로 양산되는 겁니다.
발명은 세상을 바꾼다는데, 우리 대학은 잿밥에만 마음이 있는 거죠. 또 정부는 그걸 부채질하고 있는 거고요.
하지만 IT강국의 미래는 그들 손에 달려있습니다.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혁신이란 발명과 시장의 새로운 결합'이라고 했습니다. 발명은 그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깡통에다 금도금한다고 도자기가 되나요. 깡통일 뿐입니다. 금빛 나는 깡통? 그냥 깡통보다야 나을지 모르지만 돈이 아깝죠.
특허장 붙인다고 다 발명품이 되는 건 아닙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물도 못 베는 칼이 무슨 소용?'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