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가 빈번했던 서울 강서구에서 이번에는 '신탁 전세사기'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건물에 신탁이 걸려 있으면 입주민은 반드시 신탁회사의 동의서를 받아야 전세금을 떼이지 않는데, 집주인은 이 문서까지 위조하면서 세입자 60여 명의 보증금을 떼먹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경찰 수사와 함께 구청도 TF를 꾸렸습니다.
김태형 기자가 단독으로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지난 2월, 서울 강서구의 한 오피스텔에 전세로 들어간 20대 여성 김 모 씨는 입주 한 달 만에 경찰한테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김 씨가 전세사기에 휘말렸다는 건데, 이런 연락을 받은 입주민들은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 인터뷰 : 김 모 씨 / 신탁 전세사기 피해자
- "현관문마다 쪽지가 붙어 있더라고요. '전세사기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 자기도 입주민인데 연락을 달라…."
임대인 A 씨가 지난 2021년 9월 이 건물 3개 동에 재산 관리 처분을 위임하는 신탁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후 계약한 입주민들이 문제가 됐습니다.
A 씨는 법인 명의로 9개 은행에 147억 원가량을 빌리며 건물을 신탁했지만, 지난 4월 압류를 당했습니다.
문제는 입주민들이 신탁사에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다는 '신탁 동의서'를 받지 못해 보증금을 그대로 떼일 위기라는 겁니다.
▶ 인터뷰 : 이 모 씨 / 신탁 전세사기 피해자
- "확정일자를 받고 주소를 등록했는데도 법적으로 효력이 없고 저희는 무단 점유자라는 겁니다."
계약할 때 신탁 동의서가 필요하다는 말을 듣지 못했고, 심지어 A 씨에게 가짜 동의서까지 받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 인터뷰 : 김 모 씨 / 신탁 전세사기 피해자
- "(신탁) 동의서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계약을 진행하면서. (나중에 받아도) 뭔가 이상해서 신탁사에 직접 연락을 했거든요. 그랬더니 여기에는 발급이 된 적이 없다고…."
취재진은 A 씨에게 수차례 연락해 보고 경기 화성에 있는 법인을 찾아가기도 했지만, 만날 수 없었습니다.
▶ 스탠딩 : 김태형 / 기자
- "법인 주소가 1층인데 고깃집만 덩그러니 보입니다. 잠깐 이동해서 우편함을 보면, 임대인 앞으로 체납액 고지서가 수차례 발송된 모습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취재진이 파악한 피해자만 60여 명.
경찰은 A 씨 외에도 사기 연루 의혹을 받는 공인중개사 등을 입건하는 등 본격 수사에 나섰습니다.
강서구청도 TF를 꾸려 피해 신청을 받고 지원 대책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MBN뉴스 김태형입니다. [ flash@mbn.co.kr ]
영상취재: 전현준 VJ
영상편집: 최형찬
그래픽: 송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