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수사심의위 위원장 맡아…표결에는 불참
자타공인 민법 권위자…"과거 한 장관이 내 수업 들어"
지난 16일 법무부는 '민법개정위원회(이하 민개위)' 위촉식을 열어 민법을 전면 개정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지난 1958년 민법이 제정된 이후 바뀐 사회 환경과 국제 기준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개정 업무를 담당하는 위원회를 꾸려 본격적인 개정 작업에 돌입한 겁니다.
법무부는 양창수 전 대법관을 위원장에, 김재형 전 대법관을 검토위원장에,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교수 등 전문가 22명을 위원에 위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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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부가 대회의실에서 민법개정위원회 위촉식을 열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양창수 민법개정위원회 위원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2022년 6월 16일 (자료제공 : 법무부) |
지난 2020년 7월 한 장관이 '채널A 강요미수 사건'으로 구속 갈림길에 섰을 때 양 전 대법관은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심위) 위원장을 맡고 있었습니다.
당시 한 검사장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유착해 이철 전 벨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의 비위 정보를 말하도록 강요하려다 미수에 그쳤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었습니다.
검찰 안팎에서는 앞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만큼, 한 검사장도 구속을 피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습니다.
한동훈 검사장 : "이 위원회가 저를 불기소하라는 결정을 하더라도, 법무장관과 중앙 수사팀이 저를 구속하거나 기소하려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위원님들께 호소드리는 것은, 지금 이 광풍의 2020년 7월을, 나중에 되돌아 볼 때, 적어도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중 한 곳만은 상식과 정의의 편에 서 있었다는 선명한 기록을 역사 속에 남겨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그래 주시기만 한다면, 저는 억울하게 감옥에 가거나, 공직에서 쫓겨나더라도, 끝까지 담담하게 이겨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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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창수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심의위원회 주재를 위해 차를 타고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2020.7.24 |
결과적으로 이날 수심위는 표결을 거쳐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중단·불기소를 권고하며 수사에 '제동'을 걸게 됩니다. 다만, 양 전 대법관은 회의에는 참석했지만, 표결에는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양 전 대법관은 과거 대학에서 한 장관을 가르친 적이 있어 사제 관계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하지만, MBN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양 전 대법관이 민개위 위원장으로 임명된 건 자타가 공인하는 민법의 권위자라는 점이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 장관과의 개인적인 인연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양 전 대법관이 판사로서의 실무 경험을 가지면서 학계에서도 인정을 받는 매우 드문 케이스이기 때문에 위원장으로 임명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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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창수 검찰수사심의위원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과 관련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수사,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리는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1.5.10 |
양 전 대법관도 MBN과의 통화에서 "대학 교수 시절 한 장관이 수업을 들은 기억은 있다"면서도 "수업을 들은 학생이 너무 많아 한 장관에 대한 특별한 기억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양 전 대법관은 수심위가 한 장관을 불기소를 권고한 것도 자신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수심위 때 위원장은 회의를 주관하는 역할였을 뿐 실질적인 권한은 없었다"며 "위원들이 각자 판단을 한 뒤 이를 종합해 당시 결론을 내린 것"이라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이상협 기자 lee.sanghyub@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