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대입 학력고사 전국 수석을 차지했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당시 교과서 위주로 예습, 복습을 철저히 한 게 비결이라고 언론에 밝힌 데 대해 뒤늦게 해명했습니다.
서슬 퍼런 전두환 정권이 과외 전면 금지를 내세웠던 시절이니 어쩔 수 없었겠지만 요즘 수능 최고 득점자는 대개 '인터넷 강의와 모의고사 덕분'이라고, 교과서만 공부했다는 말은 거의 하지 않지요.
'학교 수업만 열심히 따라가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수능을) 출제하고 학교 수업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은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변별력을 갖추되 학교 수업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은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했죠.
그런데 이게 참 어렵습니다.
왜냐구요, 교과서의 종류가 너무 많거든요. 예를 들어 세계사 수능에 자주 출제되는 '시박사'라는 개념만 해도, 일부 교과서에선 아예 소개조차 되지 않습니다.
저 교과서에 있는 내용이 이 교과서에 없고, 이 교과서에 있는 내용이 저 교과서엔 없으니, 교과서 안에서만 문제를 내도 어떤 학생은 배우지 않은 내용이 출제되는 겁니다. 그러니 사교육을 찾을 수밖에요.
윤 대통령 지시대로 수능을 교과서만 공부해서 치를 수 있게 하려면, 우선 그 기본이 되는 많은 종류의 교과서부터 바꿔야 합니다.
이념편향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과목당 검정교과서가 너무 많고 영세한 출판사가 낸 교과서는 참고서 하나 구하기 힘든 현실에서 학생에게 교과서만 공부하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습니까.
교과서의 종류는 왜 그렇게 많아진 걸까요. 이 출판사 저 출판사 다 살리려다 이렇게 된 건 아닐까요. 학생을 위해서는 분명 아니죠.
여러 출판사를 살리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 지난해 초·중·고 연간 사교육비는 26조 원으로 또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습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꿈꿔야 할 나이에, 내신 따로 수능 따로 이중 공부를 해야 하고 그래서 사교육 시장으로 내몰리는 우리 아이들.
우리 혹시 그렇고 그런 대책에 파묻혀 정작 중요한 본질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사교육을 조장하는 이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