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을 당한 여고생 은아의 엄마는 가해 학생 부모들에게 '합의'를 강요받습니다.
자식들 잘못에 대한 반성은 고사하고 돈으로 해결하려는 그들은, 오히려 은아가 잘못해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몰아붙이죠.
재판부마저 미성년자라며,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가해 학생들을 풀어주자 은아는 스스로 세상을 등졌고 딸을 잃은 엄마는 법을 대신해 처절한 복수에 나섭니다.
요즘엔 합의도 필요 없고 돈만 내면 감형이 되는 희한한 일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부터 피해자의 합의 의사와 무관하게 가해자가 일방적으로 법원에 피해 회복금을 공탁할 수 있는 길이 열렸거든요.
피해자의 연락처를 알아내 무리하게 합의를 종용하는 2차 가해를 막자는 취지인데, 문제는 피해자들이 용서하지 않았는데도 감경이 된다는 겁니다.
지난달 31일 '강남 스쿨존 음주운전 사고'로 초등학생을 숨지게 한 가해자만 봐도, 원래 최대 45년형까지 선고가 가능했지만 법원은 징역 7년을 선고했죠.
유족이 수령을 거부했지만 3억 5천만 원을 공탁한 점, 암 투병 중인 점 등을 참작했다면서요.
실제로 개정 공탁법 시행 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피고인이 공탁금을 납부한 사건은 6만 3천89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천500건 이상 늘었습니다.
분명 피해자를 위해서라는데, 그런데 정작 피해자들은 아예 공탁 사실을 모르거나 가해자에게 사과 한마디 들어본 적 없다며 울분을 터트립니다.
피해자들은 공탁금을 되찾아 가라는 '공탁금 회수 동의서'까지 제출하며 맞서고 있지만 한술 더 떠 피해자들이 회수 거부 의사를 밝히지도 못하게, 선고 직전에 이른바 '기습 공탁'을 하는 피고인까지 있으니 이건 진정 누굴 위한 법일까요.
'죄를 지었으면 죗값을 치러야 하는 거예요. 그게 법이고 상식이에요.'
형사공탁 특례제도가 범죄자들의 형량을 낮추는 제도가 되다니요.
모든 피고인에겐 '감형받을 권리'가 있다고요? 그럼 '또 다른 상처를 받지 않을 피해자의 권리'는요?
바로 그런 나라 만들어 달라고 세금도 내고 선거도 하는 겁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가해자를 위한 법인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