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동영상 제출의 임의성 여부 면밀히 살폈어야"
↑ 사진=게티이미지 |
성관계 후 잠든 여성을 불법 촬영했으나 임의제출 방식으로 압수한 증거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판결에 대해 대법원이 재판을 다시 하라고 했습니다.
오늘(14일)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 A씨에게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고 밝혔습니다.
1심과 2심 모두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했습니다.
다만 1심의 경우 모든 수집 증거를 유죄로 봤으나 2심에서는 임의제출로 수집된 증거 관련 범죄는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A씨는 2018년 9월 21일 경기도의 한 모텔에서 피해자 20세 여성 B씨와 성관계를 한 다음 평소 사용하던 휴대폰으로 잠이 든 피해자의 음부 부위를 동의 없이 동영상 촬영했습니다.
그때부터 A씨는 2019년 1월 13일까지 총 7회에 걸쳐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해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피해자 3명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해 촬영했습니다.
결국 B씨는 불법촬영 혐의사실로 A씨를 고소했습니다.
사법경찰관은 2019년 1월 25일 오후 9시쯤 서울서대문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수사사무실에서 사법경찰리 F의 참여 하에 A씨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했습니다.
그는 A씨에게 이 사건 휴대전화를 보여줄 수 있는지 물어보았고, A씨는 휴대전화의 사진첩을 열어서 경찰관에게 보여줬습니다.
사법경찰관은 A씨와 함께 이 사건 휴대전화의 사진첩을 확인하던 중 피해자 B씨에 대한 사진과 이 사건 동영상을 발견했습니다.
A씨는 이 사건 동영상을 촬영했다고 자백했습니다.
A씨는 자신의 업무를 이유로 휴대전화 제출을 거부하고 휴대전화에 저장된 사진, 동영상 파일들은 제출했습니다.
사법경찰관은 블루투스 방식으로 경찰관 업무용 휴대전화에 동영상을 전송받아 복제했습니다.
피의자신문조서에 '이때 A씨가 제출한 동영상 파일을 본건 기록에 수사보고 형식으로 첨부한다'고 기재했습니다.
또 A씨는 2019년 5월 3일 검찰에서 조사받으면서 범행 일체를 자백했으며, 동영상 및 사진을 경찰관이 증거물로 사용할 수 있게 동의했다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그러나 2심에서 경찰관이 A씨로부터 임의제출 방식으로 압수한 동영상의 경우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구체적으로 △압수조서 미작성 내지 압수 목록 미교부 △범죄수사규칙에 따른 압수조서 작성 생략 △제출의 임의성 증명 부족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06조 소정의 관련성 범위 초과 집행 등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2심 재판부는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의한 압수를 허용할 정도로 A씨에게 제출의 임의성이 있었음을 인정할 수는 없으므로 각각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는 압수절차의 적법성과 전자정보 압수목록 교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봤습니다.
특히 대법원은 "A씨가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휴대전화기 대신 동영상을 제출한 구체적인 경위, 검찰 피의자신문 과정에서 피고인이 동영상 복제를 동의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경위, 피고인의 공판정에서의 태도 및 사법경찰관의 원심 증언 내용 등을 고려해 이 사건 동영상 제출의 임의성 여부를 보다 면밀히 살펴봤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 사건 동영상은
대법원은 원심판결 가운데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했습니다.
[오은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oheunchae_pre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