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국적의 평범한 여인이던 그는 파리 물랭 루주의 무희로 지내며 상류층과 교류하고 이중 스파이로 암약하다 결국 체포돼 총살됩니다.
마그레타 젤러라는 본명보다 '마타하리'가 더 유명해진 건 그가 상대국 고위 인사나 장군들의 심리와 성향까지 간파해 냈기 때문이었죠.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설계자료를 몰래 빼와 중국에 그야말로 '복제판 공장'을 지으려던 전 삼성전자 상무 최모 씨가 구속되고, 이에 가담한 6명이 재판에 넘겨졌죠.
삼성 임원 출신인 최 씨는 하이닉스 사장 물망에 오를 정도로 반도체 업계에서 유력인사였는데, 2020년 중국 청두시로부터 4,600억 원을 투자받아 이미 지난해 반도체 시제품까지 생산했다고 합니다.
이 사건으로 삼성전자의 피해액은 최소 3천억 원. 기술 유출은 기업들이 막대한 시간과 돈을 들여 이뤄낸 성과물을 송두리째 도둑맞는 건데 문제는 이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거죠.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반도체, 전기·전자, 조선, 디스플레이 등 산업기술의 해외 유출은 적발된 것만 무려 142건이었거든요.
더 큰 문제는 처벌입니다. 국가핵심기술 해외 유출에 대한 법정형은 '3년 이상 유기징역'이지만 실제 법원의 기본 양형 기준은 '1년∼3년 6월에 그치고 있고 진지한 반성 같은 감경 요소라도 더해지면 실형이 선고되는 비율은 더 낮아지게 되거든요.
하지만 만약 우리나라 사람이 미국에서 이런 식으로 기술을 빼내오다 들키면, 피해액에 따라 최대 33년 9개월의 징역형까지 받게 된다는 걸 아십니까.
여러분이라면 만약 들키면 고작 징역 1, 2년 살고, 안 들키면 평생 먹고사는데 지장 없이 벌 수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적어도 고민은 해보지 않을까요.
전 세계가 반도체 전쟁 중인데 투자하고 날밤을 새워 만든 우리 기술을 통째로 빼가는 이들도 물론 나쁘지만, 그런 기회 아닌 기회를 엿보게 만드는 우리 법도 문제 아닐까요.
도둑도 나쁘지만 도둑질하고 싶게 만드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나쁜 겁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전쟁 중 간첩질과 뭐가 다른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