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 신상공개 기준은 무엇일까요?
공개된 범죄자 신상은 얼마나 정확해야 하는 걸까요?
피의자의 인권과 피해자의 인권, 가중을 따질 수 있을까요?
최근 '부산 돌려차기' 사건에서 불거진 사적제재 논란부터, 정유정 신상 공개에서 과거 사진을 쓰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다시 고민해 볼 지점이 생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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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상공개 결정 전까지 피의자에 대해서 모자이크 처리는 필수다 (출처 = MBN뉴스7) |
먼저 '부산 돌려차기' 사건입니다. 당초 길거리 시비에서 불거진 폭행사건으로 보도됐지만, CCTV가 공개되고 피해자 옷에서 피의자의 DNA가 검출되면서 '강간살인미수'로 혐의가 높아졌습니다. 구형된 형량도 높아졌습니다.
문제는 이 사건을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던 한 유튜버가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면서부터였습니다.
이름과 혈액형 심지어 전과가 18범이라는 사실까지 공개했습니다. 과거 폭행과 강간 등의 전력이 있고, 이번엔 출소한 지 3개월만에 다시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도 알려지게 됐습니다. 보도되지 않았던 사실에 여론은 들끓었습니다. 프로파일러 배상훈씨는 피의자에 대해 "사람을 괴롭히는 행위에 무감각하고 경찰 앞에서는 비굴해진다, 후천적 사이코패스로 봐야한다"고 진단했습니다.
반면 피해자는 발견 당시 하혈을 하고 있었고 이후 마비가 와서 오른쪽 다리가 심하게 뒤틀린 모습이 공개됐습니다. 첫 재판에서는 강간 정황이 인정되지 않아 12년형만 선고됐는데, 피해자가 다시 옷을 재출해 안쪽 DNA에 피의자 DNA가 나왔음을 입증해냈습니다. 2심에서 35년형 구형을 이끌어낸 겁니다.
한 유튜버가 우리 사회에 화두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두려움에 떠는 피해자보다 피의자의 인권이 더 중요한가, 신상공개의 의미가 무엇이냐"
해외는 어떨까요?
유죄가 거의 확실시되는 강력 범죄의 경우, '표현의 자유와 국민 알 권리'를 이유로 신상을 공개하는 사례가 꽤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미국은 ‘정보자유법’에 따라 체포 과정을 공개하기도 하고 머그샷까지 공개하고 있습니다. 미국 유명인들의 머그샷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심지어 한국 국적의 사람이 미국에서 범죄를 저질러도 그 머그샷은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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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 전 총리 살해범 체포 장면을 언론에 노출한 일본/ 실명도 그대로 보도했고 모자이크 처리도 없다 (출처 = MBN뉴스7) |
일본은 머그샷 공개 제도는 없지만, 언론 보도시 "실명 보도"가 공고한 원칙이라 보도할 가치가 있는 강력범의 얼굴·실명이 그대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프랑스도 한국 프랑스인 마을인 서래마을에서 발생한 영아살해사건의 범죄자 신상이 현지에서 그대로 공개된 바 있습니다. 물론 독일같이 일부 인권을 이유로 철저하게 비공개하는 나라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신상공개가 결정된 범죄자들에 대해선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는 것인가?
이 부분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모자를 쓰고 고개를 푹 숙이고 나온 정유정, 긴 머리로 얼굴을 가린 고유정, 강남 납치 살해에서 얼굴을 가린 황대한 등은 결국 신분증 사진으로 대체됐습니다. 하지만 과거에 찍은데다 보정을 거친 신분증 사진은 현재의 모습을 보여주긴 역부족이었습니다. 실제 '송파구 전자발찌 살해범'인 강윤성의 얼굴은 공개된 사진과 실제 얼굴이 달라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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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MBN시사마이크 |
과거 1990년대 지존파 사건 등을 떠올려보시면 피의자 신상이 모두 공개됐던 것을 기억하면 매우 생소합니다.
계기는 1998년 대법원 판결로 신상공개는 사라졌다고 합니다. 당시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는 한 피의자가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고, 이 피의자는 언론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습니다. 당시 대법원은 "공인이 아니라면, 피의자 신상 보도는 공공성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후 피의자 신상 공개 및 보도는 사라졌고, 실제 유영철이나 정남규 등 유명 연쇄살인범들도 신상이 바로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2009년 강호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일부 언론사들이 '잔인성'을 이유로 신상을 공개했고 사회적 격론이 벌어졌죠. 결국 2010년 강호순 사건을 계기로 특정강력범죄와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에 한해서, 공권력의 판단을 거쳐 일부 신상을 공개하게 됐습니다. 대부분 살인범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신상공개 정보가 충분한지 여부는 13년이 지난 지금까지 논란이 분분 합니다.
신상공개 대상자가 거부하면 머그샷을 공개하거나 언론 앞에서 억지로 얼굴을 들게 할 순 없어, 신분증 사진으로 대체됐습니다. 사진 보정 기술도 점점 좋아지고 성형도 생기면서, 어렸을 때 찍은 신분증 사진은 더이상 실제 얼굴과 같지 않은 시대가 오면서 실효성에 의문이 든거죠. "신상을 공개한 게 맞는 거냐"는 거죠.
2020년 성범죄 및 아동학대, 살인 등 강력사건 범죄자 신상정보를 임의로 공개하는 웹사이트인 '디지털 교도소'가 있었습니다. 경찰은 해당 사이트 운영자와 조력자를 베트남에서 검거한 바 있습니다. 당시 운영자는 "자신의 가족이 N번방 피해자였다"며 이런 사적 제재 사이트를 운영한 이유를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당시 논란이 됐던 이유는, 범죄와 관련이 없던 한 대학생의 이름과 얼굴이 이 사이트에 올랐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적제재의 위험성을 보여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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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20년 10월 디지털교도소 1기 운영진 베트남에서 송환당시 (출처=MBN뉴스7) |
그럼에도 사적 제재가 계속 들끓는 이유는, 신상공개위원회 (총 7명 구성: 이 중 4명 이상은 각 경찰청·경찰서 소속 의사, 교수, 변호사 등 외부전문가)의 신상공개가 2023년 시대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데 있을 겁니다. 공개 기준이 '공공의 이익' 혹은 '잔인성' 등 신상공개위원들의 판단이 저마다 다를 수 있는 주관적 부분이라는 점도, 공개를 더욱 더 보수적으로 만드는 지점일 겁니다.
하지만 고민해볼 시점이 온 것 같습니다. 분명, 신상공개로 인한 억울한 피해자들이 있어 조심해야 하죠. 단순 사기나 우발적 폭행 등에 대해서까지 무작위 공개가 필요한 지는 사회적 공감대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유죄가 명확해보이는 현행범이라든가 살임범 강간살인 등 강력범죄에 대해서는 폭넓은 신상공개가 어디까지 필요한지 논의가 필요한 지점입니다.
심지어 지명수배범으로 사진이 공개됐더라도, 이후 검거되면 신상이 공개되지 않는 사례도 있기때문입니다.
그래서 국회에서 법안을 내놨습니다. 일단 공개가 결정된 대상자의 신상이라도 제대로 알리자는 취지의 법안으로 보입니다. 7개의 법안인데, 모두 알아볼 수 없는 '신분증 사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주진희 기자 / jhookiza@naver.com]
‘취[재]중진담’에서는 MBN 사건팀 기자들이 방송으로 전하지 못했거나 전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들려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