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부산에서 처음 만난 또래 여성을 숨지게 하고 시신을 유기한 20대 여성의 엽기적 범행으로 요즘 우리 사회가 떠들썩합니다. 정유정 살인 사건이 섬뜩한 건, 정유정이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정상인의 모습이고, 피해자 역시 과외 아르바이트를 한 20대 대학생으로 평범한 소시민이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선지 언제 어디서든 제2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대면 과외를 피하려는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반면, 정유정은 범행 후 구치소에서 '잘 먹고 잘 자는' 것으로 전해지며 또 한번 소름 돋게 만들고 있는데요. "살인이 해보고 싶었다"는 진술 외에 정유정의 '진짜' 범행 동기는 사건 발생 보름이 되도록 뚜렷이 나온 게 없습니다.
![]() |
↑ 사진=연합뉴스 |
경찰은 일단 정유정의 성장 배경에 주목했죠. 정 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5년 동안 사실상 직업도 없었고, 휴대전화에는 친구 연락처 하나도 찾기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20년 가까이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았는데, 생계도 할아버지가 책임졌습니다. 뚜렷한 외부 활동 없이 범죄수사물에 심취해 사회와 거의 단절된 '은둔형 외톨이'로 판단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정유정이 왜 은둔 상태에서 살인 충동을 느끼게 됐고 어떻게 계획 살인이라는 실제 행위가 이어졌는지 꼭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사회와 동떨어져 고립돼 생활하는 청년은 53만 8천만 명으로 조사됐고, 이 가운데 44%가 삶에 불만족한다고 답했습니다. 전년 (2000년)이 37만 명인 점을 볼 때 증가 속도가 가파른데요. 이들을 모두 예비 범죄자로 봐선 안 되지만 이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범행 원인이 될 수 있는 지는 충분한 연구가 필요해 보이는 대목입니다.
그럼에도 CCTV와 신고자의 증언을 통해 본 범행 당일 정유정의 모습은 말 그대로 충격이었죠. 범행 은닉을 위해 이동 중 캐리어를 든 손에 혈흔이 묻어 있지만 태연했고, 범행 도구인 캐리어를 끄는 발걸음은 가볍고 경쾌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정유정 역시 "제 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했지만 석연치 않죠. 그래서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를 했는데, 28점. 연쇄살인범 강호순이 받은 27점을 넘어선 수치가 나왔습니다. 강호순은 지난 2005년 장모 집에 불을 질러 아내와 장모를 살해하고,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여성 8명을 납치, 살해해 2009년 사형 판결을 받았는데요. 정유정의 28점이 범죄의 잔혹성을 판단하는 데 어떤 의미일까요. 한 경찰 관계자는 "비정상적이다"는 말을 남겼는데, 유영철, 이은해, 조두순 등 역대급 범죄자들과 전혀 다른 유형으로 읽힙니다.
![]() |
↑ 사진=연합뉴스 |
정유정 신상이 공개됐을 때, 돌연 수년 전, 부모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강호순 사건 즈음이었을 것 같은데, "이런 사람이 차에 타라고 하면 절대 타선 안 된다"는 겁니다. 아마 당시 강호순 차에 6시간 감금됐다 풀려났던 한 여성이 "전혀 나쁜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았다"는 말 때문에 한번 더 교육을 하신 거겠죠. 사이코패스는 재범률이 80%나 된다는데, 정유정도 그렇고 지극히 평범하고, 멀쩡(?)해보입니다. 사이코패스는 사회 규범에 공감하지 못하는데 자신의 이득에 따라 타인의 권리를 쉽게 무시하고 침범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말합니다. 특정 상황에서 평범한 사람들과 달리 두려움, 죄책감, 슬픔, 분노 등을 잘 못 느낀다고 합니다. 이들과 어울려 살고는 있지만, 미리 찾아
[오지예 기자/ calling@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