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전환' 나화린, 여자 경륜 우승…"아무래도 우월한 입장, 죄송"

"성 전환자를 위한 제 3의 경기 신설돼야"

↑ 국내 최초의 성전환 사이클 선수 나화린(37)씨 / 사진 = 연합뉴스

성 전환 여성으로는 국내 최초로 공식 경기에 출전한 37살 나화린 선수가 제 58회 강원도민체육대회 여자일반1부 경륜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나화린 선수는 3일 오후 양양군 사이클경기장에서 열린 강원도민체육대회 여자일반1부 경륜 경기에 출전해 줄곧 선두를 유지하다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 3일 오후 강원 양양군 사이클경기장에서 열린 제58회 강원도민체육대회 여자일반1부 경륜 경기에서 나화린(철원·노랑 상의)이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경기를 마친 뒤 나 선수는 "많이 긴장했는데 주변으로부터 최선을 다해 달리면 된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최선을 다해 달려 우승까지 한 것 같다"며 "오늘 사촌 언니 결혼식인데 참석하지 못한 것이 아쉬워 더 열심히 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이날 나 선수는 자신과 함께 경기를 뛴 선수 2명에게 사과의 뜻으로 음료를 건네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나 선수는 "제가 아무래도 우월한 입장에서 경기를 하다 보니 등수를 하나씩 뺏은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해 죄송한 마음을 담아 사과하고 싶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나 선수의 출전 소식에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키 180cm, 체중 72kg의 건장한 체격 조건을 지닌 성 전환 선수와 타고난 여성 선수가 맞붙는 것이 과연 공정하냐는 겁니다.

경기 출전 전 나 선수는 "논란이 되고 싶다"며 "남녀로 딱 잘라 정해진 출전 부문에 성소수자가 비집고 들어갈 틈을 내기 위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전했습니다.

↑ 3일 오후 강원 양양군 사이클경기장에서 열린 제58회 강원도민체육대회 여자일반1부 경륜 경기에서 나화린(철원)이 역주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이날 경기 후에도 "오늘 경기를 처음 뛰어본 결과 남자, 여자 뿐 아니라 성 전환자를 위한 제 3의 경기를 신설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이틀간 남은 경기도 최선을 다해 임해 1위를 놓치지 않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나 선수는 오늘(4일)과 내일(5일) 같은 장소에서 스크래치와 개인도로 경기에 출전해 다관왕에 도전합니다.

한편, 남성으로 태어난 나 선수는 지난해 성확정 수술을 받았으며 지난 4월에는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2로 바뀌었습니다. 대한체육회는 전국체전 출전 규정에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남녀' 외에 성 전환자에 관한 내용을 따로 두지 않고 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