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안팎 "70년 판사의 영장 발부 폄훼하냐", "정치적 논란 커지고 사법불신 조장할 것" 우려
↑ 대검찰청 |
지난 2월 대법원 법원행정처에서 입법예고한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 신설을 담은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에 대해 검찰과 변호사단체를 중심으로 반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법원 형사법연구회 학술대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조기영 교수(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가 압수수색 영장 청구 건수가 지난 11년간 363% 늘었다고 하자, 검찰은 실질적인 측면에서 압수수색이 증가하지 않았다고 반박했습니다.
검찰 측은 압수·수색영장이 청구되는 유형을 살펴보면, 인터넷 물품사기, 보이스피싱, 인터넷 명예훼손 등의 사건에서 피의자 특정을 위한 영장이 대부분이라 기본권 침해 정도가 큰 주거지·사무실 및 신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비중은 낮다고 설명했습니다.
토론에 나선 한문혁 검사는 자신이 소속된 의정부지방검찰청 남양주지청에서 2023년 4월 한 달 간 청구한 압수·수색영장 건수는 총 573건이었는데, 그 중 피의자 특정을 위한 금융계좌추적이나 가입자 정보 확인용 압수·수색영장 등이 459건으로 압수·수색영장 청구건수의 무려 80.1%을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 범행은 상대방의 인적사항을 모른 채 불특정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범행 상대방 특정을 위해서는 1차적으로 거래의 근거가 된 계좌나 통신자료를 확인하기 위한 영장 청구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후 지정토론자로 나선 장재원 김천지원 부장판사는 "서면심리를 진행하면서 압색 대상과 영장 내용 관련성과 범위에 대한 의문이 있더라도 현행 제도 안에서는 (판사가)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하거나 발부하는 선택지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두고 한 검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70여 년간 유지된 서면 심문 절차에 대해 판사들이 심리적 부담감으로 영장 발부 여부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 하였다고 폄훼한 것이냐"고 의문을 드러냈습니다.
또 압수수색 전 심문제도를 찬성하는 학자들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서 압수수색이 활발해 속칭 'K 압수수색'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비판한 데 대해 검찰 안팎에서는 "만약 임의적 대면 심문제도가 현실화되면 정치인, 재벌 등 사건에서 판사의 영장 심문 결정에 대한 정치적 논란이 커지고 사법불신 조장 우려가 매우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 입장으로 참석한 박경호 변호사(법무법인 광장)는 앞서 조 교수가 "검찰이나 경찰청이나 공수처에서 (제도를) 반대하는 건 이유가 있지만 변협이 반대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 데 대해, 변호사 사명이 인권보호와 사회정의 실현이라고 부연하며 "인권에는 피의자 인권 뿐 아니라 피해자 인권도 있다", "제발 압수수색해줬음 좋겠는데 (되려) 수사기관에서 잘 안해준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찰이 압수수색없이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고 보완수사 결정이 나오면 마지못해 (압수수색) 나가고, 이러다가 증거가 다 날아가는 게 현실이다"라며 압수수색 여건 강화 움직임을 강도높게 비판했습니다.
학술대회에 참석한 검찰·변협 측 인사들은 예전에 검사가 사실조회만 하면 바로 받을 수 있었던 계좌 추적, 디지털 기록 등 서류가 통신 영장이 발부되어야 볼 수 있게 됨에 따라 압수수색 청구를 더 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
압수수색 전 심문제도를 주제로 한 토론회는 이번이 두 번째로, 당초 어제(1일) 부로 입법예고안을 시행하려고 했던 법원행정처는 외부 학회를 포함한 법조 단체들의 반발이 심하자 시행을 일단 유예한 바 있습니다.
[ 박은채 기자 icecream@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