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견주, 벌금 500만원·개 몰수”
아동 父 “사과 안 해… 형량 가벼워”
↑ 지난 11일 울산시 울주군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8살 A군이 목줄이 풀린 채 자신을 공격하는 개를 피해 달아나고 있는 모습/사진=보배드림 게시물 캡처 |
“강아지를 좋아하던 아이였는데…. 20㎝ 크기로 찢긴 (아이의) 목과 팔, 다리에 남은 상처를 볼 때마다 울화통이 터집니다.”
어제(31일) 오전 울산지법 4층 405호 법정 앞, 8살 A군의 아버지가 화가 난 얼굴로 말했습니다. A군의 어머니는 연신 눈물을 훔쳐냈습니다.
A군은 지난해 7월 울산 울주군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목줄 없이 어슬렁거리던 개에게 습격을 당했습니다.
목과 팔, 다리 등을 2분간 물어뜯겨 몸에 상처를 입었고, 피투성이 상태로 병원에서 봉합수술을 받았습니다.
사고 후 10개월. 견주의 잘못에 대한 판결이 내려졌고, 사고견에 대한 처분도 확정됐습니다.
70대 견주 B씨는 피고인석에 섰습니다.
↑ 울산지방검찰청/사진=연합뉴스 |
울산지법 형사5단독 한윤옥 판사는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그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압수품으로 분류된 사고견에 대해선 몰수를 명령했습니다.
살처분을 의미하는 압수품의 ‘폐기’가 아닌 ‘몰수’ 명령에 따라 사고견의 처분 권한은 검찰의 손으로 다시 넘어갔습니다.
법정은 “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피해 아동에게 씻을 수 없는 육제적, 정신적 피해를 입힌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사고견의 향후 처리 여부에 대해 적절한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사고견은 일단 ‘살처분’은 면하게 됐습니다.
선고가 내려지자 A군의 부모는 고개를 저으며 “형이 너무 가볍다. 사람을 죽일 뻔한 개는 살처분 명령이 내려질 거라 생각했다”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법정 밖에서 만난 B씨에게 A군의 아버지는 “어떻게 제대로 된 사과 한 번이 없느냐”고 항의했습니다.
B씨와 그의 딸은 “보험으로 처리하겠다”며 자리를 피했습니다.
당시 사고 장면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영상으로 공개됐습니다.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A군이 사고견을 피해 도망치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이어 현장을 목격한 택배기사가 사고견을 아이에게서 떼어내 구출했습니다.
사고견은 당시 119구조대가 포획했습니다. 경찰은 사고견을 폐기 처분(살처분)하도록 해 달라고 검찰에 지휘를 요청했습니다.
검찰은 ‘보완사항에 대한 수사와 검토를 진행한 뒤 압수물 폐기요건을 갖췄다고 판단할 때 그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다시 지휘받기를 바란다’며 보완 수사 지휘를 했습니다.
검찰은 압수품인 개가 사람을 물어 중한 상해를 야기한 사고견이라고 해도, 사람에게 위해를 줄 수 있는 물건으로서 보관이 위험한지 아닌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형사소송법이 아닌 동물보호법 제22조에 따른 안락사 가능 여부 확인을 경찰에 전달했습니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안락사하려면 사고견 위험성을 진단하고 안락사를 실행할 수의사가 필요한데, 이를 맡겠다고 나서는 수의사를 찾는 것도 쉽지
사고견은 포획 직후 유기견보호센터에 있다가 동물보호단체인 ‘비글구조네트워크’에 위탁됐습니다.
현재 충남 논산에 있는 단체 보호소에 수용된 채 살처분 보류 상태로 법원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고견은 진돗개의 유사견, 즉 믹스견으로 알려졌습니다.
[김누리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nu11iee9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