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캡사이신' 허리에 찬 경찰...희석액은 얼굴에 분사해도 무방?

↑ 도심 행진하는 건설노조/사진=연합뉴스

경찰이 어제(31일) 민주노총 집회 현장에 캡사이신 최루액 분사기를 준비해 간 데 대해 "원액에 물을 충분히 섞었으니 유해하지 않다"고 주장한 가운데, 이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민주노총은 어제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고 양회동 지대장의 죽음과 건설노조 탄압에 대한 정부의 사죄, 노조 탄압 중단, 책임자 처벌, 노조법 2·3조 개정 등을 촉구하는 ‘총력투쟁 대회’를 열었습니다.

해당 집회를 앞두고 윤희근 경찰청장은 “상황에 따라 부득이하게 캡사이신을 사용해야 한다면 현장 지휘관 판단에 따르도록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지난 24일부터 시작된 고강도 집회 대응 훈련에서 캡사이신을 활용한 집회 해산 훈련을 했으며 캡사이신 희석액도 대량 구입했습니다.

캡사이신 분사액은 올레오레진 캡시컴(천연 고추추출성분)과 알코올, 물을 희석해 만든 것인데 경찰은 이를 불법 행위자의 눈에 뿌려 시야를 차단합니다.

스프레이형 분사기에는 2∼3회가량 분사할 수 있는 캡사이신 희석액을 넣을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캡사이신 희석액은 인체에 해가 없기 때문에 사람의 얼굴을 향해 분사해도 무방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경찰의 견해를 뒷받침할만한 근거가 없고, 얼굴에 직접 분사하면 특히 위험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캡사이신은 인체에 닿으면 피부와 호흡기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고, 눈도 심하게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찰이 집회·시위 현장에서 캡사이신을 사용한 건 지난 2017년 3월이 마지막입니다.

헌법재판소는 2018년 5월 '살수차로 캡사이신 등 최루액을 분사해 살상능력을 증가시키는 혼합살수방법은 법적 근거가 없어 헌법에 위배된다'고 결정한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6년 동안 잠자던 캡사이신 카드를 꺼내 든 윤희근 경찰청장은 "부득이한 경우 현장 지휘관 판단에 따라 쓰라고 한 것"이라며 강경 진압이라는 비판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김가은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imke3998@naver.com]